나는 남자다. 그런데 몸은 작은 편이다. 체력도 별로 강하지 않다. 유연성도 형편없다. 30∼40대 여성 골퍼 중 절반은 나보다 신체 조건에서 유리할 것이다. 그런데도 여성 골퍼와 같이 라운딩을 해보면 비거리에서 엄청난 차이를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도대체 여성 골퍼들은 왜 거리가 나지 않을까.
130야드 남은 세컨드 샷에서 아이언을 잡는 여성 골퍼를 별로 본 적이 없다. 비거리가 짧아 5번이나 6번 아이언으로 충분히 올릴 수 있는 거리인데도 페어웨이 메탈을 뽑아든다. 라운딩이 끝나고 이유를 곰곰이 생각했다. 혹시 가슴 때문이 아닐까. 남성에게는 없는 가슴이 스윙 경로를 방해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았다.
LPGA를 보더라도 톱10에 드는 선수 중 가슴이 큰 선수는 영국의 로라 데이비스밖에 없다. 애니카 소렌스탐·캐리 웨브·로레나 오초아 등 뛰어난 여성 골퍼는 C컵보다는 A컵 쪽에 가깝게 보인다. 또 다른 이유로 여성용 드라이버의 길이가 짧고 샤프트가 부드러우며 로프트가 11도 혹은 12도로 높아서 그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내 드라이버의 로프트도 11도고, 플렉스도 R2로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라 이것이 중요한 원인인 것 같지는 않다.
세 번째 이유로 골프 스윙 자체의 문제점을 검토해 보았다. 여성 골퍼의 스윙은 참 아름답지만 파워가 실리지 않는다. 아마도 골프 입문 초기에 받은 레슨의 영향인 듯하다. 백스윙을 ‘천천히 하라’와 ‘힘 빼고 치라’는 레슨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결과라고 보인다. 미국에서 간행된 골프 교습서에는 ‘슬로(slow)’라는 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대신에 ‘스무스(smooth)’라고 돼 있다. “테이크 어웨이를 스무스하게 하세요”라는 레슨이 맞는 것이다. 스무스하게 백스윙을 하라는 것은 과격하게 휙 잡아채지 말라는 의미지 거북이 기어가는 속도로 백스윙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게다가 힘을 빼는 것도 그렇다. 영어로는 ‘어보이드 엑세스 텐션(avoid excess tension)’ 즉 과도한 긴장을 하지 말라는 뜻인데 힘을 빼고 살살 치라는 의미로 변질이 됐다. 멀리 때려내야 하는 드라이버 샷을 하면서 살살 치는데 무슨 재주로 200야드 티샷을 할 수 있을까.
골프의 황제로 불리는 잭 니클라우스의 술회에 따르면 자기의 스승인 잭 그라우트 선생에게서 처음 골프를 배울 때,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세게 치라(Hit it hard)”는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타구의 방향은 교정할 수 있지만 살살 치는 것은 고칠 수 없다고 배웠다는 것이다. 여성 골퍼가 좋은 스코어를 올리고, 투 온을 노리는 짜릿한 라운딩을 즐기려면 드라이버 샷의 거리부터 늘려야만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잭 니클라우스의 말처럼 ‘세게’ 치는 것이다. 연습장에서부터 폼이고 뭐고 다 잊어버리고 볼을 내리갈겨야 한다. 200야드 드라이버 샷을 단 한 번만이라도 경험해보라. 그렇게만 된다면 골프는 새로운 경지로 접어든다. 이는 여성 골퍼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이가 들어 드라이버 거리가 줄어든 골퍼라면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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