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한국화약주식회사로 출발, 현재 금융·제조·레저 3대 분야에서 27개 계열사를 보유하며 재계 10위권 그룹으로 성장한 한화그룹. 2000년 한화기술금융을 시작으로 2002년 대한생명·신동아화재(현 한화손해보험), 2009년 제일화재보험 등을 잇달아 인수, 주력 사업을 제조부문에서 금융부문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런 변화를 거치면서 단순 관리 위주에 머물던 한화그룹의 그룹IT 전략도 ‘통합’과 ‘경쟁력 강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재정비되고 있다. 특히 그룹의 중기 발전 전략인 ‘그레이트 첼린지 2011’이 올 초 선포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그룹 IT전략을 가다듬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금융부문 계열사의 정보화 전략을 고도화하는 작업은 한화그룹 IT전략의 또 다른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적극적인 그룹 통합 IT전략 수립과 정보화를 통해 글로벌 넘버원 기업을 꿈꾸는 한화그룹의 IT전략을 분석해 본다.
지난 2월 18일 한화그룹은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그룹 체질 개선과 혁신의 기회로 활용, 그룹의 장기 발전을 추진한다는 ‘그레이트 첼린지 2011’ 전략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모든 계열사는 세부적으로 전사 전략을 이뤄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그룹의 IT전략도 바로 이 ‘그레이트 첼린지 2011’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이 전략에 따라 한화그룹은 △IT를 통한 혁신 △그룹 차원의 IT통합 △계열사별 정보화 △해외 비즈니스 구현을 위한 IT지원 등을 올해 핵심 IT전략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통합데이터센터 등 IT통합 전략 실행=올해 한화그룹의 IT전략은 혁신이 핵심 테마다. 전사 전략인 ‘그레이트 첼린지 2011’ 중 가장 중요한 부문이 혁신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화그룹은 올해 본격적인 그룹 차원의 통합을 추진하는 동시에 표준화 정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비용절감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한화본사 사옥, 각 계열사 사옥 등 곳곳에 산재한 정보시스템들을 한곳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를 비롯해 많은 계열사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계열사로 편입됐기 때문에 정보시스템의 물리적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로 인해 운영상의 여러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한화그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그룹 데이터센터 구축에 착수했다. 오는 2010년 말 용인 죽전에 완공될 예정인 그룹 데이터센터에는 기존 제조계열사는 물론이고 금융계열사 등 전 계열사의 정보시스템이 입주하게 된다. 전 계열사의 정보시스템을 물리적으로 통합하게 되면 통합 관리가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비용절감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한화그룹 측은 기대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 이어 계열사들의 공통 애플리케이션 통합 구축도 진행된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전 계열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통합 인사(HR)시스템을 2년 동안 구축해 가동에 들어갔다. 올해는 국제회계기준(IFRS) 대응을 위해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연결재무제표시스템, 내부거래시스템 등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공동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 프로젝트는 연내 완료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전자세금계산서 도입에 대한 표준화 정책도 마련된다. 전자세금계산서 그룹 표준화 작업은 현재 설계 중이며 이를 토대로 전 계열사가 동일한 방식으로 전자세금계산서를 도입하게 된다.
이 밖에 제조계열사를 중심으로 PC 등 사무자동화기기(OA)에 대해 이뤄지던 통합 구매를 금융계열사 포함, 전 그룹 계열사로 확대한다. 이 방안은 최근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마련될 예정이다. 최근 운영을 맡게 된 한화증권, 한화손해보험 등의 표준화된 운영 프로세스도 마련한다.
◇금융계열사, 차세대 적극 추진=한화그룹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 후 금융부문 강화를 선언했다. 금융부문을 한화그룹의 대표 사업 영역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생명을 제외하고는 한화증권, 한화손해보험, 제일화재, 한화투자신탁운용, 한화기술금융 등 금융 계열사의 업계 위상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따라서 이들 금융계열사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판단, 이 일환으로 금융계열사의 IT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05년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한 대한생명은 최근 새로운 보험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를 통해 생명보험업계 선두권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대한생명은 연내 정보전략계획(ISP)을 수립하고, 향후 추진계획을 확정짓는다는 방침이다.
한화증권은 한동안 중단했던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연내에 다시 착수하기로 했다. 이미 ISP도 완료한 상태고 더욱이 자본시장법 시행에 맞춰 투자은행(IB)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불가피하다. 한화증권은 이를 기반으로 업계 7∼8위 증권사로 도약한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한화손해보험과 제일화재는 통합 이슈가 가장 큰 고민이다. 최근 한화그룹이 제일화재 인수를 마무리함에 따라 본격적인 두 회사 간의 업무 통합 논의가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통합 업무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시스템 통합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 통합 방식은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작년에 가동한 한화손해보험의 차세대시스템이 통합 회사의 기반 시스템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화그룹은 금융계열사별 이슈가 정리되면 금융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계열사 간 데이터 교류, 업무시스템 통합 등에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데이터 교류 등의 이슈는 법적인 문제들이 있어 단기간 내 이뤄질 사항은 아니다. 현재 통합 상품을 판매하는 ‘한화금융프라자’의 업무 지원을 위한 IT체계는 마련된 상태다.
◇한화석유화학 등 ERP 전면 재구축=제조부문 계열사들의 올해 주요 이슈는 과거 2000년 초반에 구축된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하는 것이다. 계열사 중 가장 먼저 한화석유화학이 ERP 시스템 구축을 위한 ISP를 완료했다. 한화석유화학은 올해 프로세스혁신(PI) 및 ERP 구축에 착수한다. 이어 과거 오라클 패키지 솔루션 기반으로 ERP를 구축한 한화L&C, 한화건설, 한화, 한화S&C 등이 ERP 전면 재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이 오라클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으나 일부는 자체개발로 구축했거나 온라인임차방식(ASP)을 이용하고 있다. 향후 한화그룹은 각기 다른 환경의 계열사 ERP시스템을 동일한 패키지 솔루션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현재 한화그룹은 원칙적으로는 동일한 솔루션을 선정, 적용하기로 했지만 계열사의 비즈니스 환경에 따라 솔루션 적용은 유연하게 결정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유통·레저 부문에서는 한화갤러리아가 올해 재무회계시스템을 재구축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자체개발로 진행할지, ERP 패키지 솔루션을 적용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레저 부문은 한화리조트가 과거 예약관리시스템 등 관련업무시스템을 통합해 구축, 가동한 것을 비롯, 최근 3∼4년 동안 꾸준히 IT투자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올해 큰 규모의 프로젝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IT거점 구축도 고민=한화그룹은 ‘그레이트 첼린지 2011’ 전략에 따라 해외사업의 IT지원체계 마련도 심도 있게 논의 중이다. 한화그룹은 앞으로 해외사업을 약 4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인데, 이에 따라 현재 계열사별로 해외 사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방안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면 이를 지원하기 위한 IT전략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외사업 지원을 위한 IT전략에서 큰 틀의 방향은 정해져 있다. 이 중 하나는 현재 한화, 한화L&C, 한화석유화학, 대한생명, 한화증권, 한화건설 등이 진출해 있는 중국, 동남아시아·일본, 유럽·중동, 미주지역을 중심으로 IT거점을 만든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외 IT전략은 기존에 진출한 현지법인을 대상으로 IT투자를 강화, 해외 진출의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한화그룹은 보다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올해 ISP를 진행한다.
한화그룹 한 관계자는 “한화 계열사가 해외에 진출할 때 기본적인 IT인프라는 모두 마련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해외사업은 초기 단계부터 IT부문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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