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스팸메일이 자동차보다 더 하다(?)’
스팸메일 하나 때문에 배출되는 탄소는 무려 0.3g. 이는 3000㏄ 자동차를 1m 운전했을 때보다도 많이 배출되는 수치다.
흔히들 ‘스팸’의 가장 큰 문제는 원치않는 메시지를 받아야 하는 개인의 고충,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 수신자가 겪는 피해보다 기업의 피해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서버와 회선 등의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데다 이를 안전하게 관리할 인력이 추가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탄소량도 어마어마하다.
◇스팸 메일이 대기 오염=미국 환경 관련 연구단체인 ICF가 스팸메일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팸메일 1개는 0.3g의 탄소를 배출시킨다. 또 미국에서 연간 전송되는 스팸메일은 62조통으로 330억㎾의 전기량과 1700만톤의 탄소를 배출하며 이는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0.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관리공단의 계산에 따르면 3000㏄ 자동차를 1m 운행했을 때 0.28g의 탄소가 배출된다. 스팸메일 한통이 자동차 1m 운행했을 때보다도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e메일의 경우 전체 유통량 중 70∼90% 이상이 스팸이다. 이는 꼭 전송되야 하는 이른바 ‘녹색정보’가 10∼30%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시만텍은 2007년 하반기 기준 전 세계 e메일 유통량 중 스팸이 71%를 차지한다고 밝혔으며 국내 스팸차단솔루션 업체인 지란지교소프트는 같은 기간 국내에서 유통되는 e메일의 무려 93.5%가 스팸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것은 이것이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시만텍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스팸메일 양이 2007년 1196억개에서 2008년에는 192%나 증가한 3496억개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휴대전화의 경우 정확한 유통량을 측정해보기는 어렵지만 국내에서만 하루 최소 2000만개 이상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2008년 말 기준으로 1인당 스팸 수신량 0.46개, 이동통신 가입자수 4273만9959명으로 추산한 결과다. 이미 배가 배꼽을 능가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가 나서야=스팸의 유통은 크게 발송과 수신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수신 단계에서는 필터링 기술을 발전시켜 스팸을 체크하고 지우는 데 드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수신 단계에서의 차단보다는 스팸발송 자체를 억제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수신 단계에서의 필터링은 이미 스팸으로 불필요한 자원이 낭비된 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발송을 억제하고 통제하기는 수신차단보다 훨씬 어렵다. 광고발송대행사나 정상적인 사업자를 통하지 않고 PC에 스팸발송기를 설치해 바로 대량의 e메일이나 SMS를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이동통신사 등 SMS 발송과 관련된 사업자들은 2006년부터 SMS 발송량을 1일 1000통으로 제한하고 있고 올해는 e메일서비스 사업자 중심으로 스팸전송에 악용되는 e메일 발송경로인 25번 포트의 이용제한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사업자의 노력을 가장 크게 고무시킬 수 있는 주체는 소비자다. 스팸 발송을 억제하고 수신을 차단하는 사업자의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면 사업자들은 투자를 지속할 수 밖에 없다.
윤두식 지란지교소프트 소장은 “새로운 안티 스팸기술을 개발하고 서버에서 차단하는 등 기술 개발과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여기에 소비자들의 노력도 함께 있어야 진정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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