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등 열차와 녹색성장이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뭘 한참 모르는 소리다.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차는 친환경적이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대표적인 ‘대용량 저가 교통수단’이 바로 열차다. 그렇기에 환경파괴가 거의 없는 ‘그린 네트워크’의 상징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96년 설립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원장 최성규)이 녹색성장 시대 첨단 기술이 망라된 고속철이나 친환경적인 전철 시스템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철도연은 버스처럼 일반 도로 위를 달릴 수도 있고, 지하철처럼 전용궤도에서 자동운전이 가능한 차량 개발을 이미 끝내 놓고 시운전을 준비하고 있다. 두 가지 모드에서 달릴 수 있다고 해서 ‘바이모달’이라 불리는 이 차량은 전철처럼 전기 모터로 운행하는데다 압축천연가스(CNG)나 연료전지를 전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공기 오염이 거의 없다. 또 고무바퀴를 사용하고, 지하에 매설돼 있는 자석이 레일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겉으로 봐선 전용 차선을 달리는 기존 버스와 별 차이도 없다. 오는 2011년까지 시제차 제작을 완료하고,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에서 시범 운행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상반기 중에는 항공기 속도에 버금가는 시속 700㎞대의 ‘초고속 튜브트레인 시스템’을 국가 R&D 기획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철도의 궤도를 튜브로 감싼 후 진공(아진공) 상태로 만들어 공기저항을 최소화, 초고속 운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철도연은 항공기 대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 한-중-일 해저터널이 만들어 질 경우 동북아 일일생활권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철도연은 또 우리나라를 대표할 첨단 철도로 시속 350㎞급 한국형 고속열차를 기반으로 한 ‘KTX-Ⅱ’의 내년 호남선·전라선 투입을 앞두고 차량 제작에 한창이다. 프랑스 알스톰이 제작해 운행 중인 KTX보다 뛰어나다. 1100㎾급 유도전동기와 디지털제어 기능을 보유하고 있고, 차체는 알루미늄 압출재로 만들어진다. 또 와전류제동장치가 추가되고, KTX가 20량 고정편성인데 비해 차량 수를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완성되면 브라질 등 한국형 고속열차의 해외진출도 노리고 있다.
철도연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는 2011년까지 주요 핵심 기술개발을 통해 6량 1편성의 동력분산식 시제차량을 제작할 계획이다. 동력분산식이란 기존 KTX나 새마을호 처럼 가장 맨 앞의 차량에서 동력을 제공해 나머지 객실이 끌려가는 기관차 방식과는 달리 객실을 포함한 전 차량에 동력원이 있어 각 바퀴로 골고루 동력이 전달되는 방식이다.
곡선운행에 더 강한 시속 180㎞의 틸팅열차도 구현한다. 기술개발도 끝냈다. 현재 호남선과 충북선에서 시운전 시험중이다. 틸팅 열차는 곡선구간이 많은 기존의 철도 노선을 이용하면서도 시속 100∼140㎞대에 머물러 있는 일반철도의 속도를 거의 두 배까지 높일 수 있어 차량제작비나 일부 노선 개량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철도연은 또 경전철 상용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가 50∼70%에 불과한데다 전기로 운행하기 때문에 공해도 없다. 수송능력은 시간당 5000명∼3만 명으로 버스와 지하철의 중간 정도여서 기존 지하철과 연계하기에 적합하다. 현재 경북 경산에 건설된 시험선에서 안정성과 신뢰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최성규 원장은 “철도는 복합시스템이기 때문에 많은 분야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제대로 움직여야만 한다”며 “고유가 시대에 주목받을 만한 사업분야”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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