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 산업이 제조업의 보조적 위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성장을 이끌 주춧돌로 주목받고 있다. 지식기반 경제의 도래와 글로벌화 및 정보통신기술(IT)의 발전으로 각 국가 간의 서비스 경쟁이 가속화되고, 제조업이 성장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새로운 고용창출의 역할을 담당할 축으로 부상하는 듯하다.
OECD 국가의 서비스산업 비중이 70%에 근접하고 있고, 주요국가의 서비스인력 비중도 70%에 달한다. 더구나 자유무역협정(FTA)이 보편화되면 서비스인력과 산업의 이동이 더욱 자유로워져,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국가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전통적인 서비스 개념과 달리 새롭게 부상하는 확장된 서비스는 제품과 서비스의 통합으로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서비스를 제품화하거나 역으로 제품을 서비스화해 제품의 수명주기가 소멸하기 이전에 다양한 고객가치를 창출해낸다. 다시 말하면, 제조회사는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기 전후의 활동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서비스 사이언스 개념을 바탕으로 고객의 요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해내야 한다.
일례로 전자회사는 단순히 전자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배달하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이 요구를 느끼고 이를 제품구매 및 활용하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서 고객의 가치에 기반한 창의적인 서비스를 발굴해 기존 제조 업무에 추가함으로써 서비스 회사로 다시금 포지셔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 앨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는 “미래 제조업의 성패는 기술과 함께 경영과학, 비즈니스 전략, 사회과학, 법과학, 문화, 예술 등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해 서비스는 친절해야만 한다는 전통적 시각에서 나아가 제품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 요인을 총량화해 제품 생산은 물론이고 판매, 판매 후 고객관리 등에 활용했을 때 그 제품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의 의견처럼 서비스 산업의 본질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과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기존 제조업까지 성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서비스 사이언스’다. 이는 서비스 산업을 혁신시키기 위해 기술, 경영, 사회과학, 경제, 산업공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을 종합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돼 진일보한 개념이다.
각국의 정부가 산업적 발전을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서비스 사이언스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우리 경제에 조속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IT의 이해와 폭넓은 인프라 및 활용이 뒷받침돼야 한다.
IT의 발전만이 온라인 교육, 원격의료, 영상회의, 홈네트워크 등 새로운 서비스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조업에서 서비스적 측면을 부각시켜 기업서비스 환경을 바꾸고 혁신시킬 수 있다. 물론 현재에도 기업 활동 전반에 IT가 접목돼 구매, 제조, 생산, 마케팅, AS 등 기존의 서비스 부분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 이러한 기업의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보안서비스 및 결제서비스 등도 모두 IT 기반이 탄탄히 구축돼 있을 때만 현실화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서비스 사이언스의 성공 이면에는 IT의 역량 수준과 확장성 등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최근과 같은 IT 컨버전스의 확대로 방송통신, 복합형 서비스의 출현이 기대되는 시점에서 IT의 고도화는 서비스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 됐다.
구체적으로 IT는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과학적 도구에 접목돼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IT를 활용한 사례는 전자상거래로 알려져 있는 온라인 비즈니스다. 옥션, 다음, G마켓 등의 쇼핑몰을 예로 들어보면 이들 사이트는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점점 더 영향력과 파급력을 증대시키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쇼핑문화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고객관계관리는 많은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이터마이닝, 데이터웨어하우스가 없다면 마케팅 캠페인까지 일관되게 수행될 수 없을 것이다. 또 공급사슬관리에서 최근 아웃소싱을 통한 구매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시점에서 모든 부품에 대한 스케줄링의 통합이 웹페이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제품의 주문에서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인 리드타임은 길어지고 이로써 글로벌 경쟁력 추구는 요원해지고 만다.
수요관리는 또 어떠한가. 과거의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수요예측 모델 수립과 현재 고객들에 대한 예약 시스템 등 모든 수요관리 서비스는 IT의 도움 없이 불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IT의 고도화가 서비스 사이언스에서 경쟁력을 획득할 수 있을지, 서비스 사이언스 분야에 꽃을 피울 수 있을지를 결정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우리 경제에서 서비스 사이언스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 세계 5위권의 전자정부를 보유하고 있고, 가장 강력한 IT를 가지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발전이 예상되는 우리나라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 산업의 성패는 소비자가 중시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또 기업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 제품 디자인, AS, 정보제공 등 다양한 분야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사이언스란 영역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서비스 사이언스를 향한 단순한 관심에서 벗어나 IT에 대한 바른 이해와 실천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서비스 대국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원동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kimsoo2@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