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의 새로운 요구와 ‘통합 가상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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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데이터센터가 안고 있는 고민을 세 가지 차원에서 정리할 수 있다. TCO 절감, 프로세스 혁신, 안전성 문제가 그것이다. 최근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이런 부분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가상화와 클라우드 컴퓨팅이 IT자원을 절약하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등에서 규제(컴플라이언스) 이슈 등이 불거지면서 이를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 일단 제도와 법적인 차원에서 해결돼야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백무현 현대정보기술 상무)

 “서버 가상화를 2년 전부터 적용하고 있는데, 위험부담 때문에 아직 핵심 업무에는 적극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 환경이 워낙 복잡해 손을 대는 것조차 쉽지 않다. 가상화 기술의 효과도 아직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도입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남준 포스데이타 부장)

 “최근 서버,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 등 가상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무엇보다도 가상화 시스템을 적용하려면 보안 측면에서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 부문만 충족된다면 가상화나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적극 검토해 볼 의향이 있다. 아직 금융권은 주춤하지만 제조분야에서는 점차 확대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비용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문에 관심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김성경 동부CNI 부장)

 ◇데이터센터의 ‘딜레마’=국내 데이터센터가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갈수록 복잡화 및 거대화되고 있는 데이터센터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상화, 자동화 등 전략을 내세우며 데이터센터의 고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정보통신·KIDC·포스데이타 등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호스팅 서비스를 하고 있는 상용데이터센터(IDC)뿐 아니라 고객사 서비스 지원를 위해 IT서비스업체에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까지 비슷한 맥락으로 데이터센터를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고객 서버의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인프라 투자비가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데이터센터 관리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전체 소유 비용(TCO) 절감에 초점을 맞춰 데이터 센터 고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선 전체 운영 비용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전력·냉각 등 비용을 줄이고, IT시스템의 도입 비용을 줄임으로써 전체 TCO를 절감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 데이터 센터는 운영 비용을 절감하면서, 동시에 증가하는 서비스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즈니스 기민성을 보장하기 위해 컴퓨팅, 스토리지, 애플리케이션 등의 IT자원도 계속적으로 늘려나가야 할 상황이다. 운영 비용 절감과 함께 낮은 서버 및 스토리지 활용률 등 문제도 해결해야 할 난제다.

 ◇가상화, 데이터센터 고민 해결해줄 수 있나=이런 데이터센터들의 고민을 일정부분 해결해주는 기술이 바로 ‘가상화’다. 가상화 기술은 최근 ROI 측면에서 단연 주목받고 있다. 올 1월 골드만삭스에서 기업들의 IT부문 지출 비용을 조사한 결과 현재 기업들이 IT예산을 줄인 상황에서도 ROI 측면에서 서버 및 스토리지 가상화, WAN 최적화 등 기술의 도입을 적극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국내에서 가상화 기술은 전 산업군을 대상으로 범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의 IT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IT비용 절감까지 가져다줄 수 있는 솔루션으로 적극 검토되고 있다.

 가상화는 중복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거해 서버 등 IT 장비의 사용률을 높인다. 특히 서버 가상화는 현재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가상화 영역이다. 하나의 물리적 서버에 여러 개의 논리적인 서버를 구성해 적은 수의 서버 운용으로 에너지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상화 기술을 적용하면 ‘8 대 1’의 비율이 적용된다. 즉, 8대의 서버를 1대의 서버로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IT자원 사용도를 높일 수 있다.

 최근 2년간 많은 데이터센터가 가상화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고 확대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상화가 복잡한 기업 데이터센터를 슬림화시켜주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확장성을 비롯한 관리의 문제 등이 야기되고 있다. 컴퓨팅, 스토리지, 가상화 리소스, 네트워크 플랫폼 등 부문별로 가상화가 시도되면서 결국 데이터센터 내에 추가 통합 작업을 필요로 하는 가상화 사일로(silo)를 양산해 왔다는 것.

 안드레 스밋 시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 데이터센터 영업 본부장은 “가상화 기술이 데이터센터를 혁신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술로 효과를 입증받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도전 과제도 대두돼 왔다”며 “IT자원들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영역별로 제각기 따로 놀고 있어, 정책적으로 관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 가상화’ 필요성 대두=현재 대부분 데이터센터는 별개의 가상화 환경에서 통합과 확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물리적 수준이 아닌 가상화 수준에서 보안과 정책을 제공해야 하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 결국 가상화 환경에서 적시에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비즈니스 민첩성을 갖추고, 운용 비용의 절감, 전력과 냉각 효율성의 향상을 통해 TCO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로 혁신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데이터센터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IT벤더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유니파이드 컴퓨팅 시스템’을 내놓은 시스코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패드마스리 워리어는 “그동안 컴퓨팅, 스토리지, 가상화, 네트워크 플랫폼 사이의 사일로를 없애주는 통합형 아키텍처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돼 왔다”며 “각 영역의 가상화를 하나의 공동 아키텍처로 통합시키는 것이 중요한 전략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코 역시 모든 시스템과 연결돼 있는 핵심 장비인 네트워크를 주요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여러 IT벤더가 가상화와 매니지먼트 기능을 단일 시스템 안에서 통합 지원함으로써 기업들이 진정한 의미의 가상화를 통해 IT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IT 생산성 및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즉 네트워크, 스토리지, 서버 등 서로 다른 세 가지 영역의 가상화를 하나의 공동 아키텍처로 통합하는 ‘통합 가상화’ 전략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 가상화 전략을 놓고 IT벤더 업체들 간 경쟁 및 협력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주목된다.

 

<미니 인터뷰>

 패드마스리 워리어 시스코 최고기술책임자(CTO)

 -‘통합 가상화’라는 개념이 왜 필요한가.

 ▲데이터센터 시장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사용자나 운용자들은 시스템 통합에 강한 욕구를 느끼고 있으며, 압박감도 적지 않다. 하지만 통상적인 방식으로 시스템 통합 작업을 추진하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된다. 게다가 효율성도 떨어진다. 가상화 아키텍처는 더욱 긴밀한 결합이 필요한 ‘사일로’들로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 스토리지, 가상화, 네트워크 플랫폼 사이의 사일로를 없애주는 통합형 아키텍처가 점점 필요해질 것이다. ‘통합 가상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통합 가상화’의 효과는.

 ▲‘통합 가상화’ 개념을 도입해 데이터센터를 구현하면 클라우드 컴퓨팅의 근간을 마련할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통합 가상화’ 개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네트워크’가 플랫폼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통합 가상화’ 전략이 벤더들 간 경쟁 또는 협력에 미치는 영향은.

 ▲통합 가상화는 시장이 통합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업계 리더도 새롭게 변신해야 한다. 고객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벤더 또는 협력업체 간에 언제라도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성공적인 항해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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