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다 `물량 감소` 부담

 중소 협력업체의 가장 큰 걱정은 발주 물량 감소에 따른 생산 위축과 납품 단가 인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거래 시 예정된 납품 일정 변경이나 발주 취소, 결제기간 증가에 따른 거래 조건 악화 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산업연구원(원장 오상봉·이하 KIET)이 발표한 보고서 ‘최근 경제 위기에 따른 하도급 거래 현안과 시사점’에 따르면 경제 위기 이후 하도급 거래에서 가장 큰 변화는 ‘주문 물량 감소’인 것으로 밝혀졌다.

 KIET의 실태조사 결과 현재 경제 위기 상황에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직접 경험한 애로요인으로는 하도급 물량 감소(88.0%) 납품 단가 인하 경험(33.5%), 어음 결제 비중 증가(20.5%), 결제 기간 증가(32.5%)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질서가 부정적으로 변화했다고 인식한 중소기업이 24.0%, 상생 협력이 위축됐다는 기업도 25.9%에 달해 지금까지 구축된 대·중소기업 간 신뢰 및 상생 협력 분위기가 훼손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주현 KIET 중소벤처기업실 연구위원은 “경제 위기 이후 중소기업의 하도급 거래 공정화 수준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고 상생 협력도 부분적으로 위축된 것”으로 분석했으며 “하도급 불공정 거래 유형에서는 부당한 발주 취소 사례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평균 가동률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70%대를 유지했으나 올해 1분기 62.6%로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중소기업의 이러한 생산 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부당한 납품 단가 인하와 구두 발주 근절을 통한 하도급 거래 관행 개선 및 ‘생산성+원자재 가격’과 ‘납품 단가’를 연계하는 합리적인 납품 단가 결정 시스템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주현 위원은 “현시점에서 정부의 기업 지원 정책이 금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물량 감소를 가장 심각하게 본다”며 “경제 위기로 상생 협력 분위기가 퇴보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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