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두 번째 열쇠, 히트 펌프] (중)국내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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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는 지난해 11월 고효율 공기열원 히트펌프 난방기(AWHP)인 ‘써마 브이’를 처음 출시했다. 데뷔 장소는 한국이 아닌 유럽으로 정했다. 써마 브이는 히트펌프 원리를 이용, 석유·가스를 쓰지 않고 소량의 전기에너지로 온풍·온수를 공급한다. 온수로 바닥까지 데울 수 있는 고효율 난방기기다. 최근 유럽 각국 정부가 히트펌프 기기에 보조금까지 지원할 태세여서 써마 브이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정작 내수용 써마 브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한국의 전기요금 부과 방식이 유럽과 다르기 때문이다. 히트펌프는 전기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하는데, 한국은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제가 적용된다. 고효율 기기라고 해도 자칫 천문학적 요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산업용 히트펌프가 비교적 잘 보급되고 있는 것과 달리 가정용은 거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 히트펌프 보급 걸림돌=한국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총 6단계로 구성된다. 첫 100㎾까지는 ㎾당 55.1원, 200㎾까지는 113.8원을 적용, 비교적 저렴하다. 200㎾를 넘어서면 가격이 대폭 높아진다. 300㎾까지 168.3원, 400㎾까지 248.6원이 ㎾당 부과된다. 한국 가정의 한 달 평균 전기 사용량은 약 230㎾ 안팎이다. 석유·가스 대신 전기를 유일한 에너지로 사용하는 히트펌프 특성상 ‘누진제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히트펌프 선진국 일본은 우리와 같은 누진제가 있지만 사정이 조금 다르다. 121∼300㎾ 구간에서 22.86엔을 적용받다가 이 구간을 넘어서면 ㎾당 24.13엔이 부과된다. 가격이 조금 오른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5.5% 수준이다. 우리나라처럼 두 자릿수 이상 비율로 가파르게 오르지 않는다. 일본 가정에서는 비록 최고 요금에 걸린다 하더라도 석유·가스를 쓰지 않아 절약되는 금액이 더 크다. 야타베 다카시 일본 히트펌프 축열센터 기술연구부장은 “일본 가정용 히트펌프인 ‘에코큐트’는 일반 온수기 대비 20만∼30만엔 비싸다”면서도 “전기요금을 제하고도 한 해 6만엔을 절감, 조기에 초기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조금 지급 검토해야=초기투자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보조금 지급 제도가 전무한 것도 히트펌프 보급을 가로막고 있다. 현재 산업용으로 쓰이는 지열 히트펌프는 일부 시설자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정용으로 주로 설치하는 공기열원 제품은 전혀 보조를 받지 못한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12월, 공기열원을 이용한 히트펌프 시스템을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각 회원국들은 소비자가 가정용 히트펌프를 구입할 때, 일정 비율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게 됐다. 일본도 가정용 히트펌프 보조금으로 매년 100억엔을 책정, 설치 사례마다 4만∼5만엔씩 보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정용 히트펌프 보급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와 함께 보조금 지급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