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올해 극심한 경기침체로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전체 투자 규모를 작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오히려 시장 리더로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 때문이다. 선투자로써 ‘선순환 경영구조’를 구축해 미래에 대비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특히 재계 전체가 긴축 경영으로 바짝 움츠린 가운데 LG가 처음으로 세부 수치를 앞세워 공격 경영에 시동을 걸면서 전체 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도 고조됐다.
◇R&D가 돌파구다=LG 경영 목표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다. LG는 올해에만 3조5000억원을 R&D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구본무 회장의 불황 극복 해법과 맞닿아 있다. 구 회장은 지난 10일 임원 세미나에서 “불황 극복과 시장 리더의 해법은 미래 투자”라며 “아무리 어려워도 LG만의 차별화된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R&D 투자는 줄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감한 선행투자로 주력 사업과 미래 성장사업의 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분야별 세부 투자 계획도 끝마쳤다. 전자 부문에서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LTE(Long Term Evolution) 단말 모뎀 칩에 기반을 둔 4세대 단말기, 모바일 TV와 네트워크 TV 등 차세대 기술 개발 등에 중점 투자한다. 화학 부문에서는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 개발 등 미래 성장을 이끌 선행기술 확보에 주력한다. 통신·서비스 부문에서는 4세대 이동통신과 초고속 인터넷·인터넷전화·방송을 결합한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TPS)’와 관련한 부문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설 투자가 미래 경쟁력이다=불황기에는 예정됐던 투자도 중단하거나 축소하게 마련이다. 장치산업의 속성이나 LG는 시설 투자의 효율을 높이면서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올해 예상한 7조8000억원 가운데 LG디스플레이가 구축 중인 프리미엄 LCD 8세대와 6세대 라인 확대에 2조5000억원가량을 투자한다. 모바일용 LCD 신규 라인에도 57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태양전지 생산라인 시설 투자도 진행하기로 했다. 화학 부문에서는 전지와 편광판 등 전자 소재 사업과 불임 치료제, 서방형 인간성장 호르몬 등 전문 의약품 생산라인을 위한 설비 투자를 전개한다. 통신·서비스 부문은 TPS를 위한 기간망과 가입자망 등 네트워크 인프라 강화를 비롯한 이동통신 부문의 무선 네트워크 확충 등에 집중 투자한다.
◇시장 지배력을 높여라=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조원을 달성한 LG는 올해 매출 상승세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경기 불황에도 지난해보다 오히려 매출 목표를 높여 잡았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16조원. 공격 경영을 통해 각 부문에서 점유율을 크게 올려 놓을 계획이다. 전자 부문은 휴대폰·LCD TV·에어컨 품목이 주 타깃이다. LG디스플레이 측도 “노트북용 LCD패널 1위의 지위를 굳히고 잔상이 거의 없는 ‘480㎐ LCD 패널’과 시청하지 않을 때는 디지털 액자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포토 TV’ 등 혁신적인 제품으로 시장 주도권을 거머쥐겠다”고 말했다. 텔레콤·데이콤·파워콤 LG 통신 3사도 올해 적어도 10% 이상 성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방침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LG 2009년도 매출·투자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