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년전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악의 경우 2만 달러를 넘었던 2007년의 절반 가까이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11일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4.0%로 가정하고 물가 지표인 GDP디플레이터 2.1%, 연평균 원달러 환율 1300원, 추계 인구 4874만7000명으로 가정할 때 1인당 GDP는 1만4690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성장률이 -6.0%까지 떨어지고 연 평균 환율이 1500원으로 올라선다면 1인당 GDP는 2007년의 62% 수준인 1만2472달러까지 내려갈 것이고, 세계 경기의 회복 조짐이 빨라져 성장률이 -2.0%, 환율이 1100원을 유지하면 1인당 GDP는 1만7715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송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하반기에도 진정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환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인당 GDP는 연평균 환율 1102.6원, GDP 증가율 2.5%, GDP 디플레이터 전망치 3.0%, 추계인구(4860만7000명)를 고려할 때 1만7707달러 정도로 추산됐다. 1인당 GDP는 1995년 1만1471달러로 1만달러 시대에 진입했으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1998년 7477달러로 곤두박질 쳤다.
이후 2000년 1만888달러로 다시 1만달러를 회복했고 2002년 1만1483달러, 2003년 1만2704달러, 2004년 1만4173달러, 2005년 1만6438달러, 2006년 1만8376달러로 증가세를 이어가다 2007년 2만15달러로 처음으로 2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같은 1인당 GDP의 악화는 성장률이 급락하고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데 따른 것이다. 국내 경제예측기관들은 올해 1분기의 GDP 성장률이 -5∼-8%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하반기 들어 빠르게 회복되지 않으면 -4%에 비해 훨씬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원화 가치의 하락도 1인당 GDP하락에 한 몫을 했다. 올 들어 10일까지 달러화 대비 주요국의 통화 절상률은 한국이 -16.7%에 이르렀다. 다른 나라는 뉴질랜드 -12.6%, 일본 -8.4%, 호주 -10.1%, 싱가포르 -7.1%, 대만 -5.5%, 태국 -3.3%, 중국 -0.1% 등이다.
이같은 1인당 GDP하락은 소비자의 구매력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침체로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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