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디지털 방송 전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디지털전환 각 주체별 입장

 2012년 말로 예정된 아날로그 방송종료 일정이 속속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디지털전환 일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야·야간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쟁점 법안이 아님에도 ‘디지털전환법(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최근 케이블업계에 대한 지원책이 논의되고 있고 가전·설치사에 대한 역할론도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업주체간 이견이 커 명쾌한 방향성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가이드라인·재원 마련책이 없다=디지털전환법은 지상파에 대해 디지털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지원’ 항목을 새로 포함한 것과 전환 의무를 강화해 적절한 이행을 하지 않은 경우 주파수 지정 취소 등의 ‘제재’ 조치를 할 수 있게 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정부는 2013년 1월 디지털전환 일정만 확정했을뿐 디지털전환 세부 시나리오나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은 모두 올해 하반기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방송업계는 정부에 보다 뚜렷한 방향성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또 디지털전환법의 지원 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제재조항도 이미 가능한 조치들이라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DTV코리아 최선욱 전략기획 실장은 “정부의 명확한 플랜이 없고 이에 따른 재원의 조성 방법도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디지털전환법에서는 회수한 주파수를 디지털전환의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실제투자 시점과 시차가 커 대안이 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디지털전환추진위원회 멤버인 김대호 인하대 교수는 “방송사들이 투자재원 부족만을 계속 언급하면서 지원만을 너무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 역시 “그동안 많은 혜택을 누렸던 지상파 방송사들이 최근의 광고상황 악화로 재원부족을 논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료방송사업자 지원은=우리나라 시청가구의 85% 이상은 케이블이나 위성방송·IPTV 등을 이용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다. 따라서 지상파가 디지털전환을 차질없이 추진하더라도 유료방송사업자의 협력 없이는 진정한 디지털전환을 이루기 힘든 구조다.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디지털전환시 케이블업계에 정책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소외계층·저소득 층에 대한 시청권 제공 등 일부 의무가 부과되겠지만 디지털 셋톱박스에 대해 보조금을 받거나 방송발전기금의 일부 감면 등의 혜택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지상파방송사 측에서는 “아날로그 케이블을 통해서는 2013년 이후에도 TV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전체 논의에서는 일부 비켜간 주제”라며 입장차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유료방송사가 가입자당매출(ARPU)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전환을 하는데 정부지원이 필요하느냐는 것이다. 위성방송사업자 스카이라이프도 디지털전환과 관련, 형평성 차원에서 케이블에 준하는 지원책을 요구를 검토하고 있다.

 ◇가전·장비업계의 역할은= 방송사들은 가전·방송장비업계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다. 디지털전환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면서도 아무런 역할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디지털전환을 위한 민간기구 DTV코리아에도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업계는 빠져있는 상태다.

 KBS관계자는 “디지털전환을 위해서는 시청자-방송사-가전사-정부간의 유기적인 연계와 협력이 필요한데 일부 주체(가전사)는 의무없이 이익만을 취하는 무임승차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디지털전환 실무위·활성화 추진위에는 가전사들도 참여하고 있다”며 “가전사가 대 국민 홍보를 일부 담당하고 보급형 셋톱박스와 DtoA컨버터 등 장비 개발과 보급 등에서 일정 역할을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 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도 디지털전환법 개정안을 통해 가전·설치사가 관련 수익금의 일부를 자율적으로 별도 기금으로 출연토록하는 안을 마련중이다. 하지만 기업체에 강제 의무부과는 사실상 어려워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는 평가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