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국부유출 VS 외자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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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국내 대형 기업 지분 해외매각 추진 여부를 놓고 관계 부처와 언론의 설전이 뜨겁다. 지분 매각이 거론되는 기업은 하이닉스반도체·대우조선해양·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최근 언론은 우리 정부가 이들 회사의 지분을 해외 자본에 매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헐값 매각,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는 식의 의미도 부여했다.

 지식경제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냈다. 매각 방침을 결정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이다. 이에 덧붙여 투자유치가 가능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별도의 TF를 구성, 투자유치 계획 등을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시기 상의 문제지 방법의 문제는 아니라는 설명으로 들린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이들 기업의 지분 해외매각이 언론이 지적하는 ‘국부 유출’인지 아니면 정부가 역설하는 ‘투자(외자)유치’인지 하는 점이다. 언론과 산업계는 최근 불거진 쌍용자동차와 비오이하이디스 사례에 주목한다. 외자유치로 포장해 중국 자본을 끌어오는 데 성공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경영난’과 ‘먹튀’ 논란뿐이다.

 시곗바늘을 7년 2개월 전으로 돌려보자. 2001년 12월 하이닉스반도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메모리 시장에서 앙숙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제휴를 선언했다. 필요하면 회사 간 합병이나 지분교환도 할 수 있다는 파격적 내용도 담았다. 메모리 불황기 채권단의 압력이 강해 회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해 회사는 4조원어치를 팔아 1조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2개월 후 하이닉스반도체는 마이크론과 메모리사업부문 40억달러 매각에 약식 합의했다. 1990년대 삼성전자·현대전자·LG반도체 세 곳이던 국내 메모리 제조사는 DJ정부가 주도한 1999년 빅딜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두 곳으로 줄어들었다. 만약 이번 거래가 성사된다면 토종기업은 삼성전자 한 곳만 남게 될 상황이었다.

 매각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결렬과 재협상이 반복됐고 이 과정에서 채권단 대표인 당시 이연수 외환은행 부행장이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크론과 직접 협상에 나서는 파격 행보도 보였다. 당시 진념 경제부총리는 언론을 통해 ‘독자생존 불가론’과 함께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을 단순 해외매각이 아닌 외자유치로 이해해 줄 것을 당부하며 후방에서 지원했다. 하지만 논란이 됐던 해외매각건은 2002년 5월 하이닉스반도체의 이사회의 전원 반대로 6개월 만에 무산됐다.

 이후 하이닉스반도체는 독자생존에 성공했다. 2003∼2007년 5년간 매출 32조9782억원에 6조416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메모리 업계 서열 3위에서 2위로 올랐다. 반면에 우리 정부와 금융권에서 하이닉스반도체를 사가라며 소매를 잡아끌었던 마이크론은 2위에서 지금 4위로 추락했다. 그 사이 기술력도 하이닉스반도체에 비해 2년가량 뒤처졌다. 최근 8분기 연속 적자로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7년 전 정부의 소망대로 ‘외자유치’가 성공했더라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시행착오는 한 번으로 족하다. 돈과 기술을 동급으로 보는 장사치의 사고방식은 버려라. 행동 없이 말뿐인 ‘세계 1위 기술 육성’, 이제 지겨울 때도 되지 않았는가.

  최정훈 국제부 차장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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