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던 이가 빠졌다’는 말은 평소 걱정거리가 후련하게 사라졌음을 비유한다. 상상의 법칙 E(Eliminate)는 평소의 불편함이나 문제를 통째로 제거함으로써 획기적인 발명을 가능하게 한다. 아이디어의 시작은 ‘What if not’ 즉 ‘…가 없다면 어떨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첫 번째 예를 보자. 운전 중에 비가 오면 와이퍼를 작동시킨다. 슥슥∼ 와이퍼가 유리창의 빗물을 깨끗하게 닦아내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해 준다. 그런데 가끔은 여러 겹의 줄무늬 잔상이 남고 잘 닦이지 않을 때가 있다. 와이퍼의 고무 날이 오래돼 딱딱해졌기 때문이다. 이럴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는가. 빨리 와이퍼를 교체해야겠다는 생각? 그냥 조금 참아보겠다는 생각? 아니면 상상기법 A(Adapt)를 적용해 고무를 대신할 무언가를 찾을 수도 있겠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레오나르도 피오라반티는 ‘히드라’라는 이름의 멋진 컨셉카를 제네바 모터쇼에 출품했다. 특이한 것은 와이퍼가 장착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나노 기술과 공기역학적 설계를 함으로써 햇빛과 빗물을 반사하고, 먼지를 가장자리로 밀어낼 수 있다고 한다. 5년 이후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하니, 와이퍼 달린 자동차를 오히려 신기하게 바라볼 날이 머지않았다.
무언가를 없애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기술적 진보가 필요하다는 점에 유의하면서 두 번째 예를 살펴보자.
누구나 하나씩 들고 다니는 휴대폰, 사용할 때는 편하지만 충전할 때는 그렇지 못하다. 충전을 좀 편하게 할 수는 없을까. MIT의 물리학자 마린 솔랴시치는 ‘충전 케이블이 없으면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무선 전원 전송(와이어리스 파워 트랜스퍼)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인텔은 3피트 거리에서 커다란 코일 간에 60와트 전력을 75% 효율로 전송하는 기술을 선보였는데, 마린 솔랴시치의 것에 비해 25%가량 향상된 수치다. 이 기술이 보편화되면 배터리, 충전기라는 단어가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겠다. 한편, 이 기술은 자기장을 이용해 인체에 영향이 없다고 하며, 2050년쯤 보편화될 것이라고 한다.
여러분도 한번 주변을 둘러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찾아보라. 그리고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지 고민해 보라. 형광등? 유리창? 모니터? 의자를 없애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김원우 KT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디지에코 퓨처UI 연구포럼 시솝 wwkim@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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