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니퍼 네트웍스 "다른 건 다 줄여도 R&D만은 못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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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이 회복되는 시점에 이르러 연구개발에 눈을 돌린다면 이미 때는 늦을 것이다.”

 IT 벤처기업들이 줄줄이 연구개발(R&D) 비용을 포기하는 분위기에서 오히려 R&D 비용을 늘리고 있는 주니퍼네트웍스의 고집스러운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CEO의 연봉을 스스로 줄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R&D 비용을 확충한 케빈 존슨 주니퍼 CEO의 선택에 주목했다.

 지난해 7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주니퍼로 자리를 옮긴 케빈 존슨 CEO는 23일(현지시각) 자신의 연봉 10%를 깎았다. 나머지 임원 연봉은 5% 삭감했다.

 지난달 직원들의 인센티브를 동결하고 100명을 구조조정한 데 이은 조치다. 이로써 회사는 2억5000만달러가량의 비용을 줄였다.

 이 회사의 비용 절감안이 주목받는 것은 이같은 군살 빼기 노력이 모두 R&D를 강화하기 위한 희생이라는 사실.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매출이 10배 이상인 1위 업체 시스코시스템스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기술 혁신과 신제품만이 살길이라고 여긴 것이다.

 시스코의 올해 연구 예산은 매출의 13%로 지난해 12%와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주니퍼는 현 분기 매출이 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도 올해 R&D 예산을 매출의 15%로 늘려 잡았다. 금액으로 따지면 8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시모나 잰코스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주니퍼의 R&D 예산 증가 폭은 신선한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존슨 CEO는 “불황기에도 투자를 지속한 기업들은 기업 혁신으로 체질 강화에 성공했다”며 “매출의 70%를 인터넷 라우터에 의존하고 있는 주니퍼의 살길은 R&D를 통한 사업 다각화”라고 강조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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