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양대 산맥인 삼성과 LG가 세계적인 불황을 되레 한 단계 더 도약할 절호의 기회로 활용한다. 삼성과 LG는 세계 1위인 반도체와 LCD 시장서 일본과 대만의 후발업체와 격차를 더 벌리는 한편, 휴대폰 시장서 1위인 노키아를 맹추격함으로써 올해 명실상부한 세계 일등 전자업체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양대 기업 수장인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과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불과 하루 사이로 각각 한국과 스페인에서 “경기가 바닥을 친 지금이 하늘이 우리에게 준 기회”라면서 “불황을 정면 돌파해야 한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18일 경기도 기흥사업장서 열린 부품(DS)부문 ‘2009년 첫 경영전략 회의’서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서 경쟁사와 격차를 더 크게 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시장 흐름과 실물 경제, 기술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마켓 센싱(market sensing)’을 강화하고 이를 경영전략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초격차 확대의 시대’라는 다소 생소한 마케팅 용어를 거론하며 “내부 효율과 스피드 경영을 가속화해 경쟁사와 격차를 벌여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세계 경기 침체와 수요 감소로 반도체·디스플레이(LCD) 가격이 바닥인 상황에서 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사업 전략을 짜고 ‘스피드 경영’을 통해 불황의 돌파구를 찾자는 주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와 함께 각각 메모리반도체와 LCD시장에서 대만과 일본의 추격을 완전히 따돌릴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 대만과 일본, 유럽, 미국의 후발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생존 위기에 내몰려 합병되기만을 기다리는 신세다. LCD 시장도 우리나라와 대만 업체의 격차는 올해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대만 패널 업체와 그동안 엎치락뒤치락했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3%대의 점유율로 지배력을 강화했으며 올해 세계 시장의 절반까지 차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이날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글로벌 시장 상황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시나리오 경영을 펼치면서 다가올 호황기에 대비하고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도 1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서 열린 ‘MWC 2009’ 부대행사인 ‘리더십 서밋 디스커션’에서 “불황일수록 투자해야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전자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남 부회장은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모든 기업이 힘들지만 (LG전자는) 더 강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당장은 이익을 크게 내지 못해도 경기가 좋아질 때 시장을 키우거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불황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세부 방안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 기술 혁신과 디자인 경쟁력 제고, 지속적인 브랜드 투자를 제시했다.
LG전자는 실제로 이번 전시회 기간 내내 어느 기업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해 주목을 받았다. 전시회 단독 프리미엄 스폰서로 나선 것은 물론 대형 광고판을 설치해 LG 브랜드를 세계에 알렸다. 경기 불황이지만 100평 규모로 전시관을 늘리고 ‘포뮬러 원(F1)’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브랜드 투자에 적극 나섰다. 제품 경쟁력에 기반한 공격 마케팅이 불황기에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자신감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남 부회장은 자사 부스를 찾아 “불황은 하늘이 준 기회”라며 “열심히 하면 시장을 재편할 수 있는 호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바르셀로나(스페인)=양종석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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