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일을 해 두 가지 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일거양득(一擧兩得)이라고 한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SCAMPER의 다섯 번째 사고방법 P(Put to other use)는 이처럼 어떤 물건의 또 다른 용도를 찾는다.
첫 번째 예를 보자.
사람들은 저녁이면 거실에 편하게 앉아 TV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낸다. 때때로 TV 시청 중에 화장실이나 욕실로 가게 되면 드라마나 뉴스의 줄거리를 놓칠까봐 아쉬워한다. 그렇다고 해서 TV의 또 다른 용도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아가스라는 회사는 욕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습기 등 내구성 문제를 해결한 TV를 개발했다. 창의적 사고기법 P의 측면에서 보면, 거실에서 보는 TV에 목욕하면서 보는 TV라는 용도를 추가한 것이다.
그런데 아가스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또 하나의 P를 적용했다. 목욕 시에 필요한 ‘거울’이라는 용도를 플러스한 것이다. TV의 전원이 꺼져 있을 때에는 자동적으로 거울로 전환한다. 백설공주 이야기에 나오는 마법 거울도 이런 TV는 아니었을까. 두 번째 예를 살펴보자.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이름을 딴 베니션 블라인드는 얇고 좁은 금속판 등을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뜨려 햇빛을 가리며, 통풍도 되고, 걷어 올릴 수도 있다. 블라인드 자체가 P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블라인드의 또 다른 용도는 무엇이 있을까.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
Greener Gadgets Design Competition에 출품된 블라이트(Blight)는 낮에는 블라인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지만 밤에는 멋진 조명을 밝힌다. 햇빛을 가리는 고유의 용도에 조명이라는 용도를 추가한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태양열 전기 충전이라는 또 다른 용도가 숨어있는데, 이는 아이디어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즉, 용도를 추가하기 위해서는 놀라운, 깊이 있는 과학적 지식의 접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플렉시블 태양전지와 저전력 전자발광 박막이 최근 개발되지 않았다면 이 아이디어의 탄생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기술들을 적용해 블라이트는 케이블이 필요 없고 환경 친화적 특징을 가진다.
아쉽게도 태양전지 패널의 높은 가격 때문에 당장 만나볼 수는 없지만, 블라이트의 상상력은 날카로운 블라인드 날처럼 우리의 가슴 속을 파고든다.
김원우 KT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디지에코 퓨처UI 연구포럼 시솝 wwkim@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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