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그 끝이 잘 안 보이는 불안과 변화의 이 시기에 우리는 지식경제, 지식산업, 선진지식정보사회를 우리 미래의 화두로 설정하고 있다. 당연히 이미 우리 정부도 이를 잘 포착,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 정부는 국가정보화비전으로 ‘창의와 신뢰의 선진 지식정보사회’를 선언하고 국가정보화 기본계획으로 5대 목표(2대 엔진, 3대 분야)에 20대 어젠다와 72개 과제를 수립했다. 그중 ‘일 잘하는 지식정부’ 분야의 목표로 ‘정보시스템의 통합·연계 등을 통해 정부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대국민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는 것’을 제시했다.
정보화와 ‘내 손끝의 세계’의 시기에 지식의 의미는 곧 집단지성이며, 끊임없이 교류·참여·공유·개방하며 부가하고 변화하는 네트워크 상에서의 살아 움직이는 지식이어야 한다. 개방과 교류의 장에서 지식은 업데이트되고 부가되고 수정되며 지속적으로 변화 발전한다. 그렇게 발전되는 지식은 실제 세계를 가장 잘 해석하고 다루는 인간, 사회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러한 참된 지식은 소통을 전제로 한다. 소통이 막히는 조직과 사회는 그만큼 더디고 낮은 수준의 지성으로 움직이는 조직과 사회가 되는 것이며, 소통이 원활하고 빠른 조직과 사회는 그만큼 더 영리하고 우수한 집단지성의 조직과 사회가 되는 것이다. 그 과정을 얼마나 촉진하고 바르게 이끌어가는지가 조직이나 사회의 관리자 또는 봉사자의 큰 임무다. 요컨대 우리의 어젠다는 ‘네트워크형 지식기반경제’ 또는 ‘소통형 지식기반사회’가 돼야 함을 주장하고 싶다.
이러한 점에서 지식정부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성공적으로 담당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정부는 조직 내에 분산된 지식을 조직화하고 창출·공유·확산·축적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모하는 네트워크형 지식조직이 돼야 한다. 행정기관들이 먼저 참여·공유·개방 정신하에 정보시스템을 연동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정보화의 방향이 ‘단절과 분산’에서 ‘소통과 융합’으로, 정보화는 촉진에서 활용 중심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른바 매듭 없는(seamless) 정부가 되어 정부기관들의 협업(collaboration)이 일상화됨으로써, 비로소 국민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는 지식정부 내에서의 소통을 위한 기반의 재검토와 개선을 요구한다. 부처별 중심의 정보화 추진으로 빚어진 관리적 비효율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중복과 단절의 네트워크 인프라가 소통의 장애가 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단절의 네트워크는 첫째, 기능이 중복돼 관리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져 예산의 낭비로 귀결된다. 둘째, 국가정부의 변화 또는 이전의 시기에 과거의 네트워크 투자는 상당 부분이 폐기되거나 재구축돼야 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역시 예산의 낭비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보안과 관리의 개별성과 비전문성으로 인해 관리 수준을 떨어뜨리고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넷째,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정부기관 간의 정보지식 소통의 장벽이 됨으로써 고도 지식정부의 구현과 그 집단지성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이에 국가정보화 기본설계(EA)를 바탕으로 체계성과 상호운용성을 목표로 행정통합망 구성의 검토를 제안한다. 지난 전자정부 시대에 막대한 예산으로 구축된 정부통합센터를 고도화해 그 위에 정보아키텍처 및 인프라 기반의 통합과 공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수요자인 국민에게 우수한 대국민서비스 공급자로서의 지식정부로 다가가기 위한 중요한 주춧돌이 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고도의 전문 컨설팅 역량이 배양되고, 그 구축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일자리가 창출되며, 나아가 현재 전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하드웨어, 네트워크 투자의 절감효과 역시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이런 지식정부를 위한 행정통합망 구축을 제안하며, 이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의지와 실행 체계를 희망한다.
이영희 현대정보기술 대표 yhlee@h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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