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미국의 실업률은 14년 만에 최고인 6.5%를 기록, 실직자 수는 120만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 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져가면서 거의 대부분의 산업에서 예외 없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팀 발표와 함께 취임 후 2년 내 2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곧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는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도 이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당면한 위기 해결뿐만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도로·학교 등 인프라 시설 확충과 그린 산업 육성을 중심으로 경기 부양책이 추진될 전망이다.
앞으로 미국 경제를 먹여 살릴 신성장 동력원을 환경·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삼고 이에 적극 투자함으로써 일자리 창출 및 경기 부양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금번 경기 부양책은 1930년대 뉴딜 정책과 확연히 구분된 그린 뉴딜정책이다.
캠페인 당시부터 그린 산업 육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오바마 대통령이었기에 경기 부양책 중심부에 그린 산업을 둔 것은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운동 당시, 500만개의 신규 그린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고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재생에너지 개발 및 플러그 하이브리드 자동차 상용화 확대 등에 15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까지 주정부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시행돼왔던 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도(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s)를 연방정부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도입, 재생에너지 의무할당 비율을 2012년까지 10%, 2025년까지는 25%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강조해왔다.
장기적으로는 탄소거래제를 도입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수준을 현재의 80%까지 감축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린 뉴딜 정책은 이들 공약의 큰 틀 안에서 수립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해 10월 의회에서 재생에너지 인센티브 연장안 통과로 관련 시장 내 모멘텀이 확보된 터라 부양책이 예상대로만 작동해준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그린 뉴딜 정책의 실효성과 위험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1970년대 합성 연료 개발처럼 엉뚱한 기술에 돈만 낭비하는 사례가 재연될 수 있고, 그린 산업 내 제조기반이 약한 미국으로서는 성공적인 기술 개발이 이뤄진다 해도 속된 말로 남(해외 기업들) 좋은 일만 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우려가 큰만큼 걸려 있는 보상도 크다. 그린 뉴딜 정책이 성공만 하면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인 경기 침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캠페인 공약 중 하나였던 ‘10년 내 중동과 베네수엘라로부터 원유 수입 중단을 통한 에너지 자립’ 확보도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지난 8년 동안 기후변화와 관련 국제 사회 논의에서 유럽에게 내줬던 리더십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보여 준 신중하면서도 예리한 판단력과 차기 경제 팀의 면모로 보건데, 이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쫓는 일이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워싱턴(미국)=이정선 KOTRA워싱턴KBC 과장 jeongsunny@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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