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태양전지는 `분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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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차세대 태양전지 산업 육성 전략으로 ‘선택과 집중’ 대신 ‘분산투자’ 방식을 택했다. 독일·일본 업체들이 점령한 ‘결정형’ 기술을 따라잡는 동시에 차세대 기술인 ‘박막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올해 태양전지 분야에만 수백억원 이상의 연구비가 책정돼 관련 산업 경쟁력 제고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집중 육성방식이 아닌 산발적 지원으로 투자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에너지자원기술기획평가원(에기평·원장 신성철)은 최근 태양전지 업계 관계자들과 ‘그린에너지 기술개발 전략로드맵’ 세부안 도출을 위한 전문가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결정형 기술과 함께 비정질실리콘·염료감응형·유기폴리머 태양전지 등 박막형 기술 관련 연구 과제도 대거 채택됐다. 현 태양전지 시장은 결정형 제품이 대부분이지만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려면 박막형 기술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합의된 결과는 지식경제부 기술위원회와 이달 말 열리는 공청회를 거쳐 다음달 최종 확정된다. 에기평 관계자는 “이번에 포함된 과제들은 최종 선정될 프로젝트의 1.5배수 정도”라며 “일부 제외되는 과제가 있겠지만 박막형 기술을 대등하게 육성하자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부 방침과 관련, 업계는 상반된 입장을 표명했다. 국내 태양전지 양산을 주도하는 결정형 태양전지 업체들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시장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정된 연구비 중 상당 부분을 박막형 기술에 배분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세계 시장의 90% 정도는 결정형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막형이 차세대 유망 기술이라고 하지만 수년 내에 20% 시장도 형성하기 어렵다”며 “차라리 시장이 성숙된 결정형에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막형 업체들 입장은 정반대다. 결정형 기술은 이미 성숙돼 있어 획기적인 연구개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 개화 단계인 박막형의 경우 연구개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막형 태양전지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결정형과 박막형은 추구하는 시장이 조금 다르다”며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조기 투자를 통한 시장선점 효과도 더 크다”고 말했다.

 한편, 그린에너지 개발 전략로드맵은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2012년까지 15개 분야에 총 6조원을 투자키로 한 프로젝트다. 15대 유망 분야는 △청정에너지 생산(태양광·풍력·수소연료전지·IGCC(석탄가스화복합발전)·원자력) △화석연료 청정화(청정연료·CCS(CO₂포집·저장)) △효율 향상(전력IT·에너지 저장·소형 열병합·히트펌프·초전도·차량용 배터리·에너지 건물·LED 조명) 등이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