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이통 진출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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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TV 사업자의 이동통신 진출이 답보상태에 빠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이동통신 진출에 대한 목표를 세운 지 1년여가 돼 가지만 아직까지 세부적인 진출 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수십차례의 업계 경영진 회의와 연구용역을 통해 지난해 말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순차적 와이브로 도입’을 내부 안으로 도출했지만 경기상황 악화에다 여러 정책변수, 업계 환경 변화로 최근에는 SO들간의 관련 논의마저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업계는 MVNO 도입에 대해서는 정부의 사전 규제가 없다면 이 분야로 진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와이브로의 직접 진출도 막대한 투자비에 비해 성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인식이 늘고 있다.

 성기현 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MVNO에 대해 사후규제로 방향을 잡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면 케이블 사업자는 MVNO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입장”이라며 “현 상황에서 와이브로 직접 진출은 막대한 투자비 문제와 불확실성으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업계는 특히 KT와 KTF의 합병이 이뤄진다면 MVNO 등 후발 사업자에 대한 진입장벽은 더 높아지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이동통신 진출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가 독려하는 와이브로로의 직접 진출도 대규모 투자비용 문제로 쉽게 결론을 내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그동안 케이블 업계에서는 티브로드가 와이브로에 부정적 인식이 있고 CJ헬로비전과 큐릭스는 와이브로 진출을 강력히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티브로드가 큐릭스를 인수했고 티브로드의 이화동 강서방송 대표가 신임 SO협의회장에 선출되면서 와이브로 진출에 대한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규모 투자를 하기 힘든 어려운 경기여건에다, 업계에서 인수합병(M&A) 논의가 많아지는 것도 SO들의 빠른 결정을 막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회사마다 투자여력에 차이가 있는데다 추가 인수냐, 지분 매각이냐를 고려하며 주판알을 튕겨보는 SO들이 생겨나면서 하나의 일치된 지향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예상이다.

 한 MSO의 고위 관계자는 “이동통신 진출에 대한 필요성과 궁국적으로 QPS(유료방송+인터넷+유선전화+무선전화)를 갖춰야 통방융합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은 모든 사업자들이 하고 있다”면서도 “빠른 결정보다는 일단은 정책 변화와 업계 변동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을 유보하자는 논의는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케이블사업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변수로는 △MVNO 사전규제 방식으로의 전환 △와이브로의 조기 MVNO전환 가능성 △KT·KTF의 합병 승인여부와 이에 따른 후속조치 △최대 사업자로 부상한 티브로드와 이화동 신임 SO협의회장의 의지 등이 꼽히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