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교육인증제 `시험대` 올랐다

 고려대학교 전기전자전파공학부가 공학교육인증(Abeek) 프로그램을 최근 포기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가 공학교육인증을 철회한 이후 두 번째다. 소위 명문 대학들의 잇따른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 취소로 이같은 움직임이 타대학으로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4일 고려대에 따르면, 전기전자전파공학부는 예비 인증 기간에 공학교육인증을 포기하고 올해 3월부터 과정을 없애기로 했다. 전기전자전파공학부는 “공학교육인증이 전기전자전파공학부의 교육방향과 합치하지 않아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학부 측은 “공학교육인증원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과 이수하지 않은 학생 간 학위 명칭을 구별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정창성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학부장)은 “인증 학생과 비인증 학생 모두 학위는 공학사로 주되, 성적증명서에 공학교육인증프로그램 이수 등의 문구를 넣어 구분하자고 제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학교육인증원이 요구하는 전공학점 이수에 맞추려면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분야에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고려대측은 설계학점에 대한 과도한 요구와 학습성과 측정 사항 등이 학부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공학교육인증의 긍정적인 면인 강의평가나 교수와의 정기상담 등은 충실히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추후 합리적인 공학교육인증평가 기준이 마련된다면 재 논의의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공학교육인증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관계자는 “예비 인증 기간에 포기한 경우는 서울대와 고려대 두 곳 뿐”이라며 “인증 평가 진행 중에 철회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이는 그 학교 사정상 결정한 일”이라며 인증 프로그램의 실효성 문제로 번지는 것을 경계했다.

 이에 대해 최근 공학교육인증을 획득한 대학 관계자는 “소위 명문 대학의 잇따른 공학교육인증 포기는 ‘그것 없이도 우리는 취직이 가능하다’는 암시를 줘 타 대학의 학생들에게 상실감을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측이 쪽지시험 문항까지도 학과사무실 배치를 요구하고 과중한 서류작업도 교수와 학교에 부담이 된다”며 “보다 실용적이면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학교육인증은 경쟁력 있는 공학기술인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지난 2008년 2월 기준 37개 대학이 295개 프로그램에 대해 인증을 획득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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