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毒을 藥으로 바꾸자] (1부)②대책 없는 PC방 -병드는 아이들

 우리나라 청소년이 가장 자주 즐기는 문화콘텐츠는 단연 게임이다. 청소년이 가장 자주 가는 여가 시설은 두말할 나위 없이 PC방이다. PC방은 건전한 여가 선용 공간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염된 환경과 무방비로 노출된 성인용 게임 앞에서 우리 청소년이 병들어가고 있다.

 ◇환경오염 기준 10배 넘는 PC방도 존재=4일 영등포에 있는 한 PC방에는 정오를 막 지난 이른 시간에도 아직 겨울방학이 끝나지 않은 청소년들이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온라인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청소년들 머리 위로는 뿌연 담배 연기가 떠다니고 있었다. 흡연자가 버젓이 청소년이 앉아 있는 금연석에서 담배를 피워대고 있기 때문이다.

 업주에게 금연석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자 “흡연석이 다 차서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학생들도 있는데 조치를 취해달라고 다시 항의하자 “못마땅하면 나가라”는 업주의 말이 되돌아왔다.

 주변에 다른 PC방은 더 심각했다. 아예 금연석과 흡연석의 구분조차 없었다. 업주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어처구니없게 “우린 원래 구분 없었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국민환경권 보장을 위한 실내 및 공공장소 흡연 전면금지’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기영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와 양원호 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 교수는 서울 시내에서 흡연이 가능한 공공장소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 가운데 PC방은 금연석과 흡연석의 미세먼지 농도가 비슷하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들어 있었다. 금연석이 120㎍/㎥였으며 흡연석이 130㎍/㎥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환경청 미세먼지 대기환경 오염기준(35㎍/㎥ 이상)을 모두 초과한 수치다. 일부 PC방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350㎍/㎥에 육박하는 사례도 나왔다.

 이처럼 오염된 환경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의 건강은 피폐해져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추진하는 공공이용시설 전면 금연 방안에 PC방 업주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오염된 환경이 변하지 않는다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울 전망이다.

 ◇성인용 게임 무방비로 노출=PC방의 또 다른 문제점은 누구나 성인용 게임을 할 수 있다는 현실이다. 4일 서울 동작구의 모 초등학교 인근 PC방에는 좌석의 절반 이상이 방학을 맞이한 초등학생들로 가득 찼다. 이곳의 PC에는 성인용 하드코어 게임인 ‘GTA 산안드레아스’가 대부분 설치돼 있다.

 몇몇 초등학생이 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GTA 산안드레아스는 경찰이나 시민을 살해하고 자동차를 훔치는 등 폭력적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서구에서도 사회 문제가 될 정도다.

 15세 이용불가인 총싸움게임은 초등학생 누구나 즐기고 있다. 폭력성과 선정성, 사행성 등을 이유로 청소년이 할 수 없도록 규정된 등급제도가 PC방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PC방에서 온라인게임의 등급제가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인터넷을 매개로 하는 특성상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김성벽 보건복지가족부 과장은 “일단 PC를 켜면 어떤 온라인게임에 접속하든 자유롭게 되며 이는 마치 초등학생이 주인 없는 비디오대여점에서 성인용 비디오를 빌려가는 모습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는 기술적으로 이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PC방은 고객 나이에 맞춰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한하는 기술적 장치가 가능하다. PC방 관리 시스템 업계 관계자는 “PC방 PC에 설치된 관리 프로그램을 약간만 수정하면 이용자 연령에 맞는 등급의 온라인 게임만 노출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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