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치아와 특허 상호공유(크로스 라이선스) 계약 체결로 서울반도체는 국내외 시장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을 해소했다. 3년여간 세계 각국에서 벌어졌던 지리한 특허 공방이 종식됐기 때문이다. 서울반도체의 발걸음이 가벼워지면서 국내 LED 업계 및 시장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반도체, 족쇄 풀려=서울반도체로선 무엇보다 니치아의 특허 공세로 인한 직·간접적인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서울반도체가 니치아와 법정 공방에 직접 들인 돈만 해도 무려 5000만달러 이상이다. 이보다 더 큰 효과는 국내외 LED 시장에서 마음놓고 영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통상 LED 부품이 특허 분쟁에 휘말리면 고객사인 세트 메이커들도 동시에 제소돼 왔던 탓에 국내외 시장 확대에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서울반도체는 지난 2007년까지 매출액 2500억원에 10%가 넘는 이익률을 자랑했으나 지난해에는 3%대의 이익률로 추락하며 주춤했다. 특히 서울반도체는 이익률이 취약한 LCD 백라이트유닛(BLU)용 LED 대신 조명과 다양한 IT 제품군으로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 왔다. 이번 특허 계약은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니치아 화해 배경=특허에 관한한 배타적이기로 유명한 니치아가 결국 서울반도체와 화해를 결정한 것은 지난해 7월과 10월 국내 특허심판원 심결에서 서울반도체의 승소가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특허심판원 판결로 서울중앙지법 소송까지 서울반도체가 절대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한국 내 판결 사례를 해외 법원들도 참고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난 2007년 7월 서울반도체가 니치아를 상대로 LD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니치아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는 후문이다. 니치아가 보유한 각종 LED 원천 특허가 오는 2013년께면 대부분 만료된다는 점도 손을 내민 배경 가운데 하나로 해석된다.
◇선발 위주 시장 재편=최근 LED 시장을 놓고 선발 업체와 후발 신생 업체들의 각축전이 뜨거워진 가운데 서울반도체가 삼성LED와 더불어 LED 시장 선두 업체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LED가 설립되면 대규모 양산 투자와 삼성전자 등 방대한 내부 물량(캡티브 마켓)을 앞세워 시장 선점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니치아와 특허 문제를 해소한 서울반도체가 선두 경쟁에 가세하면 국내 초기 LED 시장은 ‘삼성·서울’ 대 나머지 후발 그룹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후발 그룹 가운데 효성·일진그룹이 최근 수직계열화에 나서면서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LG이노텍의 행보가 주목된다.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가 근래 ‘크리’와 손잡으면서 더욱 입지가 약화된 상황에서 대안을 찾지 못하면 시장 선두그룹으로 도약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국내 LED 시장에서 니치아의 ‘YAG’ 계열 형광체가 처음 진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서울반도체를 비롯, 삼성전기·LG이노텍 등 대다수 LED 업체가 도요타고세이나 인터매틱스사의 ‘실리케이트’ 형광체를 사용한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YAG 형광체는 휘도와 연색성 등에서 탁월한 성능을 지녔다”면서 “시장의 요구에 따라 형광체와 칩을 유연하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서울반도체가 이번 특허 공유 계약으로 인한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칩 기술력을 한층 더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한·이동인기자 hseo@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서울반도체·니치아, 주요 특허 소송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