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모씨(36)는 모 웹하드에서 고급 외제 승용차를 건 이벤트에 응모했으나 얼마 후 사이트가 폐쇄된 것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알고보니 회원을 모집한 후 정액 사용료와 패킷 결제료만 챙기고 달아난 소위 ‘먹튀’였던 것이다. 김씨는 “금액이 크지 않아 다행이지만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면 인터넷에 대한 경계심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9급 공무원 윤모씨(32)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할 때 모 카페 도움을 톡톡히 얻었다. 학원, 교재, 강사정보에 이르기까지 꼭 필요하고 유익한 정보가 많아 이곳이 아니었으면 합격이나 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윤씨는 “어찌보면 경쟁자이기도 한데 정확한 정보를 올려주는 수많은 회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만 하다”고 놀라워했다.
김씨와 윤씨처럼 인터넷 상의 허위 정보로 낭패를 봤거나 유용한 정보로 도움을 얻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인터넷에는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섞여 있기 때문이다.
광우병 파동에 이어 최근 미네르바 구속으로 인터넷 정보 신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의 우려도 높아졌다. 지난해 7월 국회 개원 연설에서 “부정확한 정보를 확산시켜 사회불안을 부추기는 인포데믹스(정보전염병)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고 언급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 우려를 증폭시켰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체포된 후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인터넷이 거짓과 오류를 확대 재생산하는 통로가 되는 것은 비극”이라고 논평했다. 인터넷을 잘못된 정보 유통의 온상으로 간주하는 여당의 시각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정부의 우려와는 달리 여러 조사에서 우리나라 인터넷 정보의 신뢰도는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가 실시한 국내 이용자 조사에서(1차 617명, 2차 300명) 3∼4년전과 비교해 인터넷 정보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각각 60.5%, 55.8%를 차지해 나빠졌다고 응답한 13.5%, 17.8%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이용자들끼리 주고받는 정보에 대해 신뢰한다(37.4%)가 신뢰할 수 없다(5.2%)보다 7배 가량 높았다.
최항섭 KISDI 연구원은 “이용자가 올리는 정보가 ‘선의’에 의해 작동하고 있다는 믿음이 반영된 결과이며, 탈근대사회로 들어서면서 전문가들의 지식과 정보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것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미 웨일즈 위키피디아 재단 이사장도 “이용자가 소통하는 과정에서 정보는 객관성과 중용을 지니게 된다”며 “위키피디아의 오류율이 브리태니커와 그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실제 다음카페의 경우 운영자와 회원의 참여와 신고로 잘못된 정보가 다른 이용자에 의해 걸러지고 바로 잡히는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인터넷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비록 그 수가 적다 하더라도 잘못된 정보의 위험성은 크다.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인터넷의 파급력 때문이다. 특히 파급력에 비해 중간중간 이를 중화시켜주거나 오류를 바로 잡아주는 메커니즘의 작동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인터넷 포털을 중심으로 정보 신뢰를 높이기 위한 기술적, 제도적 움직임이 다양하게 일고 있다. 구글, 네이버는 검색기술의 개발을 통해 정확하고, 안정된 정보를 찾아주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의 댓글 지수, 다음의 검색결과 만족도 설문조사 등은 네티즌이 검색결과나 댓글의 신뢰성 정도를 직접 평가하도록 해 자정작용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를 수용하는 이용자의 태도와 판단능력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실장은 “그 동안 인터넷을 둘러싼 논의를 어떤 정보를 생산할 것인가에만 중점을 두었을 뿐 어떻게 활용하고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방대한 인터넷 정보에서 옥석을 모두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수용자에 대한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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