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본계획을 3년마다 새롭게 세우고, 시행계획은 매년 수립해야 하는 ‘법적인 일’이 바로 ‘상생’이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하여금 관계 중앙 행정 기관장과 협의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추진기본계획을 3년 단위로 수립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지난 7일 개정된 같은 법 제5조에는 관계된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전년도의 시행계획 추진 실적과 그해 시행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시행계획에 따른 추진실적을 평가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부로서는 ‘상생 협력’ 실천이 법적 의무인 셈이다.
대·중소기업 협력은 전략적이면서도 내실 있게, 그러면서도 입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상생협력의 주역이자, 대상이 되는 기업은 대기업군을 포함, 이들과 연계된 1∼3차 협력업체를 통틀어 줄잡아 6만8500여개사에 달한다. 대상이 많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고, 업종별 특색까지 고려한다면 그야말로 지난한 노력이 들어가야 할 방대한 작업이다.
실물경제 침체와 유동성 악화가 불러온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속에 상생 협력의 가치는 더없이 커지고 있다. 상생 협력은 기업의 생존을 넘어 미래 지속가능성의 절대 조건이 되고 있다.
정부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국토해양부 장관과 국무총리실장, 공정거래위원장, 중기청장 등이 소속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위원회를 상생 관련 국정 최고기구로 가동 중이다. 여기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대·중소협력재단 등 민간 부문도 참여하고 있다.
대·중소기업상생협력위원회는 △부품경쟁력 강화 △연결경쟁력 강화 △생태계경쟁력 강화 등을 통한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이라는 산업적 비전을 갖고 움직인다.
상생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인력·자금·판로 등을 개선·혁신함으로써 중소기업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대기업에 공급되는 부품 및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또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및 성과 공유 등의 신뢰 구축을 통해 기업 간 네트워크 강화와 연결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상생을 위한 법·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식커뮤니티를 활성화함으로써 우리 산업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고 활기차게 진화시킨다는 목표를 안고 있다.
조석 지식경제부 산업정책관은 “기업의 상생협력 네트워크는 일반적인 대·중소기업 간뿐만 아니라, 대·대기업간, 대·중·대기업 간, 중소기업 간 등으로 산업 전반에 전면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도 이런 방향에 따라 분야별 협력에 맞는 체계적이고, 실천적인 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주요 사업으로는 △대기업 구매조건부 제품개발 사업 △대기업 퇴직자 활용 중소기업 컨설팅사업 △대·중소기업 구매상담회 개최 △대기업·1차기업 간 현금성 결제 지원 사업 등이 전개되고 있다.
또 대·대기업 간 상생을 통해선 신성장동력 발굴 및 추진이나 산업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 좀 더 굵직한 산업적 목표 달성이 이뤄지게 된다. 대·대기업 간 장비·부품의 교차 구매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 아랫단의 대·중소기업 간 협력이 폭넓게 파급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 중·중소기업 협력 사업으로는 △중소기업 간 협업 △중소기업 협동화사업 지원 △이업종 중소기업 간 기술융합화 지원 △기업협동형 기술개발 △업종별 정보혁신 클러스터 육성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박스1/올해 추진되는 핵심 상생정책
지식경제부는 국제 환경규제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게 노출돼 있는 중소기업의 친환경 기술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대·중소 그린파트너십’과 ‘에너지절약 협력사업’을 총력 전개할 계획이다.
올해 그린파트너십과 에너지절약 협력사업 참가 기업을 대기업 30개, 1차 협력업체 450개, 2∼3차 협력업체 1000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부품소재 분야 대·중소기업 R&D협력 사업인 ‘부품소재 공동R&D사업’과 ‘신뢰성 상생협력사업’도 예산을 확대해 집중 지원하게 된다.
우선 부품소재 대·중소 공동 R&D 지원예산을 지난해 379억원에서 올해 564억원으로 50% 가까이 대폭 늘려잡았다. 또 부품소재기업과 신뢰성 연구기관이 협력해 수요기업이 제시한 신뢰성 기준을 충족하면 수요기업이 그 제품을 구매해주는 예산도 지난해 139억원에서 올해 214억원으로 배 가까이 늘어난다.
발주시점에 판매 중소기업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납품대금을 대출받고, 납품시점에 구매 대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는 네트워크론의 세액공제도 확대된다. 재정부와 지경부는 이 같은 네트워크론의 세액공제가 확대되면 현금성 결제비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공동 R&D 추진 시 대기업의 신용, 기술평가 등을 바탕으로 협력 중소기업에 기술개발자금을 공급하는 기술협력 네트워크론도 도입돼 가동될 예정이다.
올 초 발표된 범정부 신성장동력 과제 추진에도 중소·벤처기업이 기술과 투자로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상생협력이 차세대 성장동력 가동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산업 인프라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또 대·중소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인상 요인을 분담하도록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가 도입돼 시행되고, 불공정 거래조사를 위한 수·위탁 거래 실태조사 대상기업을 확대하고, 위반 기업에 대한 벌점과 과태료 등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다.
박스2/민간 분야 상생 선봉역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대·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동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사장 윤종용)은 상생협력의 필요성을 기업들에 널리 인식시키고, 우수 협력사례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재단은 △협력사업 알선·지원 △상생협력 인프라구축 △신뢰관계 조성의 3대 분야를 축으로 협력 진흥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협력사업 알선·지원 부문에선 대기업 전문인력의 중소기업 경영자문, 100대 수급기업 육성 지원,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 지원, 중소기업 간 협업 지원, 대·중소기업 해외동반진출 지원 사업 등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또 상생협력 인프라구축 부문에선 상생협력주간 개최, 대·중소기업 간 구매상담회 개최, 수탁기업협의회 운영, 업종별 상생협력위원회 운영, 상생협력 실태 및 협력지수 조사 등이 추진되고 있다.
협력 확산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신뢰관계 조성 부문에선 상생협력문화 조성 및 전파, 아름다운 동행상 포상, 기술자료유출 방지를 위한 기술자료임치제도, 수·위탁거래 분쟁 조정, 민간상생협력위원회 운영 등의 노력이 모이고 있다.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 지원 사업’은 대기업의 구매를 조건으로 중소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이나 국산화 제품에 대해 정부가 개발비의 55%, 최대 3억원까지 지원해준다. 이미 이 사업에 70여개의 구매기업이 참여해 530억원 이상의 구매계약 실적을 낳기도 했다.
올해는 모기업과 함께 협력사의 원가절감을 위해 전문인력이 파견돼 컨설팅을 수행하는 100대 수급기업 육성 지원 사업이 역점 추진된다.
수탁기업협의회는 지난해말 45개 대기업의 55개 협의회가 결성돼 있으며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재단은 협의회 회장단·실무진 간 간담회를 통해 애로 및 협력수요를 파악하고 네트워크 구축을 거쳐 모기업과 협력사 간 협력 증진을 도모하는 매개자 역할을 맡고 있다.
안병화 재단 사무총장은 “납품단가 인상 등 대·중소기업 간 문제가 되고 있는 이슈를 조정·해결하기 위해 민간상새협력위원회를 구성,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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