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혹독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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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방 산업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매물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신규 창업 수요는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정부의 각종 규제가 맞물리면서 PC방 산업의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많은 정리해고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됐던 PC방 산업의 위축은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심해지는 고용 불안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1년 만에 PC방 매물 4.5배 증가=점포 거래 사이트인 점포라인(www.jumpoline.com)의 조사를 보면 PC방 산업의 위기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경기 침체로 대부분의 자영업이 타격을 받고 있지만 매물 증가세가 가장 큰 업종은 PC방으로 나타났다.

 PC방 매물은 2007년 1521건에서 2008년 6858건으로 무려 4.5배 증가했다. 경기와 직결되는 음식점 매물 증가가 같은 기간 562건에서 1651건으로 3배 정도 증가된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PC방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대학동(구 신림9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병석씨는“작년 하반기부터 PC방 매물이 크게 늘었는데 실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2년 전에 비해 30% 이상 줄어들었다고 보면 맞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동은 국내에서 PC방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2007년 말 기준으로 무려 70개의 PC방이 대학동 내에 밀집돼 있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2006년에는 80개가 넘었지만 최근에는 그 수가 50개 내외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또 다른 PC방 밀집 지역인 노량진동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도 2007년 말까지 60곳에 육박하는 PC방이 성업 중이었지만 이제는 그 수가 20% 정도 줄어들었다.

 ◇3월 이후 무더기 폐업 가능성=전문가들은 아직도 PC방 수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그나마 지금은 겨울방학 성수기라서 버티고 있지만 3월 이후 고객 수가 줄어들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영세 PC방이 무더기 폐업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조영철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정책국장은 “작년 등록제 실시 이후 상당수의 회원사가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2002년 약 2만7000곳에 이르던 국내 PC방 수는 최근 1만9000곳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PC방 산업을 부양할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화와 고급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PC방 시장에서 영세 업체의 도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경기 침체와 함께 다시 증가하는 사행성 도박장의 증가도 PC방 산업에 악재로 다가오고 있다.

 조 국장은 “사행성 도박장이 늘면서 PC방을 등록제도 모자라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며 “IT 강국 건설에 한몫을 한 PC방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정부 차원의 지원이 아쉽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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