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삼성’ 시대가 개막했다. 삼성이 사장 최대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통해 ‘확실한’ 세대교체를 선택했다. 지난 16일 실시한 사장단 인사 규모만 부회장 승진 2명을 포함해 사장 승진 12명, 보직 변경 11명 등 총 25명에 달한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이기태 부회장과 황창규 사장 등 이른바 ‘스타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자 대부분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신에 윤부근(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장원기(LCD사업부장)·윤주화(감사팀장) 부사장 등을 각각 사장으로 전진 배치했다.
◇‘이재용 체제’를 위한 사전 터 닦기=인사 관전 포인트의 하나는 최지성 사장의 부상이다.
최 사장은 이윤우 부회장과 함께 사실상 ‘쌍두마차’로 부상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 개편에서 크게 ‘디바이스 솔루션(부품)’과 ‘디지털미디어 커뮤니케이션(세트)’ 부문으로 나뉘었는데 최 사장은 세트 사업 전체를 책임지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반도체 등 부품을 제외한 삼성전자의 TV·모니터·프린터·PC 등 모든 완제품이 최 사장 지휘 아래 놓였다는 얘기다. 부회장이라는 타이틀만 달지 않았을 뿐이지 그룹 내 ‘2인자’로 부상한 것이다. 이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이건희 회장에 이어 바통을 쥘 이재용 체제를 다지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 최 사장은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당시부터 이재용 전무와 해외 전시 행사에 여러 차례 동행하면서 ‘포스트 이건희 시대’ 대표주자로 주목받았다.
김인 삼성SDS 사장이 삼성네트웍스 사장을 겸직한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그룹 차원의 통합 IT 전략 실행을 위해 두 회사의 합병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돼왔지만 비상장사인 삼성SDS를 통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소송 등으로 인해 적극 추진되지 못했다. 그러나 소송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데다 이재용 전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기 전에 새 경영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전무와 가까운 김인 사장이 합병과 함께 새 경영시스템 구축을 지휘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경영혁신 전문가 부상=경영혁신 전문가를 대거 발탁한 점도 두드러졌다. 경영혁신팀은 삼성전자의 프로세스 혁신과 IT 전략을 추진하는 조직으로 삼성 내부 프로세서에 관해 누구보다도 정통하다. 경제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삼성 특검 이후 가라앉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는 효율성 측면에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영혁신팀에 몸담았던 박오규 삼성토탈 부사장이 삼성BP화학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석유화학 사장으로 승진한 윤순봉 삼성물산 부사장도 경영혁신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황백 제일모직 사장, 최도석 삼성카드 사장, 최의홍 삼성벤처투자 사장 등 경영혁신 활동 전면에서 삼성을 이끌었던 인물들이 대부분 영전했다. 이들이 현장의 수장으로 전진 배치되면서 새로운 삼성의 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 이어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도 이번주부터 계열사별로 마무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성 계열사 사장단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