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검정 색 코란도는 계속 달려야 한다

 노원의 장편 추리소설 중에 ‘바람의 여신’이라는 작품이 있다. 주인공 최선실 형사는 번뜩이는 영감과 행동으로 사건을 해결하는데, 최선실 형사의 애마가 검정 색 코란도다. 코란도는 지금도 자동차 마니아 사이에서 꽤 인기 있는 차로 알고 있다.

 코란도를 생산하는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가 지난 9일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하이차는 2005년 10월 쌍용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연구개발비로 1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연간 33만대의 생산을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이 전혀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이 때문에 상하이차가 애초부터 투자에는 관심이 없고 쌍용차의 첨단 기술을 빼내려고 했다는 이른바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먹튀 논란’이야 법원이 가려줄 것이지만 문제는 대량 실업으로 혹독한 찬바람에 내몰릴 쌍용차 노동자와 협력업체 직원들 그리고 이들의 가족이다.

 자동차는 약 3만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다. 완성차 업체 하나의 주인이 바뀌는 문제로 축소해 보아서는 안 된다. 쌍용자동차 협력업체 모임인 협동회에 따르면 쌍용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가 약 250개고 2·3차 협력업체는 10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쌍용차가 무너지면 관련 중소기업도 직접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쌍용차의 공정 가동 중단에 따라 이것이 현실화되고 있다. 1차 협력업체의 부품 공급도 중단되면서 2·3차 협력업체의 사정은 더욱 심각한데, 1차 부품 협력업체에 주문 자체가 끊기면서 아예 자금줄이 막힌 상황이다. 쌍용차가 발행한 어음이 이달 29일까지 결제되지 않으면 1000여개 업체가 연쇄부도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글로벌 경제침체로 서민과 중소기업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임시국회가 끝난 후 현장 경제정치의 일환으로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충북과 광주·대전·대구를 다녀왔다. 지역 경제상황과 민심이 언론에서 접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구동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정치권을 질타했다. 투자와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내수침체에 수출부진까지 나타나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뉴딜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인 것이다. 자금경색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탈출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쌍용차도 이번 일을 계기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쌍용차는 자동차 한 대 생산비 중 인건비가 20%를 차지해 업계 평균인 10%보다 높다고 한다. 쌍용차 회사 측에서도 회생방안으로 임금삭감과 순환휴직 등을 제시했는데 원가절감을 위한 고강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고 이를 통해서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기업 간 인수합병에 의한 첨단기술 유출은 국감 때마다 지적된 문제고 관련 법률도 있지만 아직까지 허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 쪽에서야 먹튀라고 비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투자자 측에서는 이익이 있어야 들어오고 이익이 없으면 빠져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이것이 냉혹한 글로벌 경제현실이다. 사고가 난 다음에 문제삼아 무역마찰이나 외교적 분쟁으로 확대시키기보다는 근본적인 예방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라면 최선실 형사의 검정 색 코란도를 기억할 것이다. 이번 법정관리 신청은 법원이 잘 판단하겠지만 전 국토를 누비는 검정 색 코란도를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원희룡 국회의원 heeryong@happydrag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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