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CAS `빼앗긴 안방`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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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산이 주도해온 국내 수신제한시스템(CAS)시장에서 국산 기술의 도입과, 신기술 개발·표준화 추진 등의 국산화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 CAS는 새해 IPTV를 통해 유료방송시장에서 본격적인 상용화 시험대에 오른다. 신기술로 꼽히는 사이멀크립트와 DCAS 등의 기술 개발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CAS는 유료방송 서비스에 가입해 요금을 낸 이용자만 방송프로그램을 선별 시청할 수 있도록 수신을 제한하는 일종의 가입자 확인장치다. 업계는 지금까지 국내 시장의 80% 이상을 NDS·나그라비전 등 외산이 장악해 온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산 CAS 첫 시험대= 업계에 따르면 IPTV사업자 가운데 LG데이콤이 국산 코어트러스트의 CAS를 채택해 IPTV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다. SK브로드밴드도 국산 셀런의 CAS를 도입키로 했다. SK브로드밴드는 셀런 이외에 SK텔레콤이 만든 CAS의 사용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국산 CAS가 대형 상용화 서비스에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나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의 케이블 SO들은 모두 외산 CAS를 사용해왔다. 안정성과 보안이 핵심인 상황에서 모험을 걸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국내 CAS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 레퍼런스를 갖지 못하고 해외 공략을 먼저 시작하기도 했다.

 국산 CAS개발업체 엑스크립트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문턱이 높아 수년간 유럽·중동·러시아 등의 해외 수출에만 집중해 왔다”며 “기술력이 쌓였고 내수시장에도 국산화 열기가 무르익으면서 2008년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이멀크립트로 활용 확산= 하나의 CAS가 아닌 두 가지 CAS를 사용하는 사이멀크립트 방식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사이멀크립트는 별도의 두가지 신호를 사용하는 ‘복수 CAS’와 달리 하나의 오디오·비디오(AV)신호에 두개의 암호키를 사용하는 방식을 쓴다. 사이멀크립트를 도입하면 단일 CAS에 비해 비용은 조금 더 들지만 기술 주도권을 방송사업자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기존의 NDS 단일 CAS에서 탈피, 셀런 CAS의 사이멀크립트 방식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NDS의 카스로 IPTV 방송을 시작한 KT도 국산업체 엑스크립트와 최근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단일 CAS만을 사용하면 공급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기술개발 요구가 다 수용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사이멀크립트의 도입으로 CAS제공자 사이에 경쟁구도를 만들면 제품 가격도 낮출 수 있고 제품 성능도 더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CAS연내 필드 테스트까지 완료= 다운로드형CAS(DCAS) 개발과 도입 논의도 확산 일로다. DCAS란 여러 개의 CAS 중 원하는 것만 채택해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사이멀크립트와 연계할 경우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국책과제로 DCAS 기술검증·표준화 등에만 새해 2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개발을 주도하는 케이랩스는 씨앤앰·티브로드·CJ헬로비전 등 SO와 함께 DCAS개발 테스크포스(TF)를 최근 발족했다. TF는 표준안을 만들고 새해 상반기중 기술적합성시험을 통해 규격에 맞는 DCAS 제품군을 선정키로 했다. 하반기에는 실제 SO들이 다양한 환경에서의 제품의 필드 테스트까지 마무리하는 일정이다.

TF의 단장을 맡고 있는 한운영 케이랩스 센터장은 “정부가 분리형 CAS 도입을 2년간 유예한 상태로 이 기간이 사실상 국산 CAS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우리나라가 DCAS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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