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했다고 해서 모두 다 상업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염료감응형 태양전지 개발이 잇따르고 있지만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선 라이선스 문제를 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 특허장벽이 낮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원천특허가 해외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염료감응전지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관련 기업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라이선스 문제를 지적하며 이 분야에 대한 성급한 기대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염료감응태양전지 개발 발표가 이어졌지만 해외 진출을 시도할 경우 라이선스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염료감응태양전지 관련 핵심 특허는 스위스 로잔 공대(EPFL)와 이곳의 마이클 그라첼 교수가 확보하고 있어 이들 기업이 제품 상용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라이선스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10월 그라첼 교수와 EPFL 특허 중 극히 일부가 만료됐지만 염료 및 전지구조 관련 중요 특허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기연구원 이동윤 전기연구원 에너지변환소자연구센터장은 “현재로선 염료감응태양전지 상용화에 있어서 그라첼 교수의 특허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일본 소니·도시바도 이미 제품 개발을 완료해 놓고 상용화 추진을 하지 못한 것도 특허에 따른 라이선스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말 방한한 그라첼 교수도 기자와 만나 “개발했다고 해서 상업화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며 자신이 가진 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국내에서 개발된 염료감응 태양전지가 상업화를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EPFL과 마이클 그라첼 교수의 특허가 국내에는 출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염료감응전지 주 시장이 유럽이고 우리나라는 시장이 협소해 비용까지 고려하면 국내 상업화 성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해외, 특히 유럽·미국·일본 등 주요 시장에 대해선 계약을 통해 라이선스를 획득하거나 몇 년 더 해당 특허가 종료되길 기다리면 된다. 이동윤 센터장도 “그라첼 교수의 주요 특허가 1992∼1993년께 출시된 것이 많기 때문에 이 특허가 만료되는 5년 후에는 그라첼 교수의 특허를 적용받지 않는 염료감응태양전지를 만드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해외서 염료감응태양전지 사업을 하려면 사전에 면밀한 해당 지역 특허 분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와 함께 이 분야 기업의 성급한 상업화나 성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에선 지난 9월 말 이건창호가 가로·세로 30㎝ 크기의 염료감응 태양전지 시제품을 개발, 2008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 공개하면서 폭락장세 속에서도 며칠 간 주가가 지속 상승했다. 동진쎄미켐도 염료감응태양전지 계획으로 태양광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이 기업은 지난 10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염료감응 태양전지 셀 제조기술’의 이전계약을 체결, 2009년 5㎿의 태양전지 모듈 시험양산체제를 구축하고 2010년 25㎿의 양산설비를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외 지난 8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플렉서블 염료감응 태양전지 기술’을 이전받은 상보·우리정도와 손잡고 우리솔라를 설립, 염료감응태양전지를 개발중인 프리샛도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염료감응태양전지=식물의 광합성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염료가 태양빛을 받아 전자를 반도체 산화물에 전달하는 현상을 이용한다. 실리콘 소재 태양전지에 비해 효율은 떨어지지만 원가가 낮고 반투명하게 만들 수 있어 활용도는 넓다는 게 장점이다.
최순욱기자 choisw@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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