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의 핵심 지역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영세 기업의 단순 집적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지난 정권의 국가균형발전정책 논리에 밀려 연이어 혁신클러스터 지정에서 탈락하는 등 서울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받은 ‘역차별’이 큰몫을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야말로 다른 어느 산업단지보다 클러스터 지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효과도 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지역균형발전정책으로 전환하고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날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달 9일 이달곤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산업단지공단 국정감사에서 “첨단산업 메카로 급부상중인 서울디지털단지가 클러스터 지정에서 배제된 것에 대한 대처방안은 무엇인가?”라고 질의했다. G밸리에선 이 같은 의문을 가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지난 2004년 전국 산업단지 중 7개 혁신클러스터가 지정될 당시 탈락한 데 이어 지난해 말 5개 추가단지 지정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두번 다 1등감으로 부족하지 않았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 실제로 국감 당시 한국산업단지공단이 홍장표 한나라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가산업단지별 유형화 결과’에서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19개 국가산업단지 중 연구단지인 대덕을 제외하곤 혁신자원에서 1위, 산업집적도와 혁신역량에서 모두 2위를 기록했다.
기업이 워낙 밀집해 자발적 클러스터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과 서울-지방 간 지역균형발전이 당시 이 지역을 배제한 이유였다. 2004년 첫 지정때 조차 추가지정된 군산같은 경우가 있었음에도 지정이 안된데다 지난해마저 배제됐다. ‘역차별’이란 주장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산업단지 입주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된 실태조사에 따르면 클러스터 지정의 핵심 목적인 산학연 협력 경험이 있는 기업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경우 17%에 불과했다. 구미(21%), 군산(56%), 광주(44%) 등에 비해 현저하게 적어 배제 당시 논리를 무색케 했다. 이 지역 한 관계자는 또 “클러스터를 지정해서 없는 기업을 모으겠다는 것도 아닌데 지역균형을 위해 원래부터 입주한 기업의 발전을 위한 클러스터 지정을 하지 않는다는 건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들은 이 지역이 입주 기업의 특성상 클러스터링이 어느 지역보다도 필요할 뿐더러 클러스터 지정 효과도 높을 거라고 봤다. 지난 7월 기준으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은 8252개, 그중 첨단업종 비율이 무려 77%다. 하지만 이 지역 1인당 생산액은 500만원 이하. 기술이 있거나 신영역에서 활동하지만 벤처캐피털의 지원이나 다른 기업, 혹은 학교나 연구기관의 기술지원이 필요한 벤처기업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산-학-연-관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없는 상황에선 단순히 많은 기업이 ‘집적’한 상황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달곤 한나라당 의원은 “서울디지털단지는 중소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의 메카로 입주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혁신클러스터 사업 추진이 매우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순욱기자 choisw@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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