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산업 중추인 ‘통신’ 위기감이 예사롭지 않다. 사실상 포화상태인 가입자를 놓고 한정된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다 끊임없는 통신요금 인하 압박, 발목 잡는 규제, 시민사회와의 계속되는 마찰 등으로 주춤거리고 있다. 통신산업 자체의 성장 속도는 갈수록 둔화되고 있고 연쇄적으로 서비스·단말기·콘텐츠 등 후방산업에도 악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통신’ 안팎의 활기가 사라졌다. ‘한물갔다’는 자조 섞인 한숨이 나올 정도로,‘氣’가 죽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정보통신산업 성장 견인차로 한 획을 그은 통신이지만 미래 성장동력을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마저 제기된다. 위기를 맞고 있는 통신의 중단 없는 발전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해 본다.
<1> 프롤로그- 왜 통신인가?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OECD 장관회의에서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0년의 변화는 인터넷과 모바일이 주도했다”며 “향후 10년의 변화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만남, 즉 모바일 컨버전스가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과거 인터넷 확산이 개인 생활은 물론이고 기업 비즈니스, 산업구조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했다면 앞으로는 인터넷을 비롯한 모바일 컨버전스가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다.
지난 1988년 7월 1일 시작된 이동전화 서비스는 개개인 삶의 질과 소통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혁명적 사건이었다. 이동전화 등장 이후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가 쏟아졌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디지털음악 시장은 지난 2000년 450억원에서 2006년 3023억원으로, 벨소리·통화음 시장은 2000년 이후 연 35.8% 성장하며 2006년 1921억원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지난 2000년 모바일 게임이 전체 게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 수준이었지만 연 157.9%나 성장, 2005년에는 1939억원으로 6.8%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CDMA 세계 첫 상용화에 이어 세계 최초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실시, 3세대(3G) 이동통신 강국이라는 세계적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와 서비스를 갖춘 IT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이동전화 보급은 생활의 변화를 촉발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IT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했다. 이동통신 서비스 발전은 시스템·단말기·콘텐츠 등 전후방 관련산업에 효과를 미치며 국내 IT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 기간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 성장률은 연평균 18% 이상을 기록했다.
산업 규모도 2006년 248조원 규모를 달성, 경상 GDP 비중이 무려 29%에 이를 정도로 국내 경제발전의 성장엔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 휴대폰 수출 규모도 수출 첫해인 1996년 47만달러에 불과했지만, 2007년 186억달러로 무려 3만 9000배 이상 늘어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의 수출 품목으로 성장했다.
이동통신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지난 20년간 이동통신이 IT 산업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한 가운데 인터넷과 모바일이 접목되는 모바일 컨버전스를 비롯, 방송과 통신이 합쳐지는 IPTV가 초래할 미래에 기대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IPTV는 방송통신 융합의 뉴미디어다. IPTV는 초고속인터넷망에 연결돼 TV 방송은 물론이고 t커머스, TV 쇼핑, 원격 진료 등 무궁무진한 양방향 부가서비스가 가능한 뉴미디어다.
지난 2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IPTV가 셋톱박스와 비디오게임기, PC와 웹 그리고 모바일의 콘텐츠 이동을 더욱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며 IPTV가 가져올 생활의 변화를 ‘제2의 디지털 시대’라고 정의한 바 있다.
IPTV는 초고속인터넷을 TV에 연결해 방송 콘텐츠와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시간 방송은 물론이고 주문형비디오(VoD)로 영화·드라마·스포츠·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다.
IPTV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TV 프로그램과 연동한 데이터를 함께 내보낼 수 있고 양방향 서비스도 가능하다. TV 드라마 시청 중 주인공이 사용하는 상품을 검색, 구매할 수 있다. 요리 프로그램 식재료를 홈쇼핑에서 곧바로 주문할 수도 있다. TV로 계좌 이체 등 은행업무를 보거나 증권 거래 등의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인터넷에서 이뤄지던 전자상거래도 IPTV에서 가능하다. TV를 이용해 e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IPTV 이용자끼리 채팅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생활의 편의 제고뿐만 아니라 IPTV는 개별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다. IPTV 콘텐츠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셋톱박스, 디지털TV, 네트워크 장비 산업 등도 동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IPTV서비스와 연계된 금융·교육·쇼핑·의료·로봇·통신·보안 등 전방위적으로 산업 발전의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IPTV가 오는 2013년까지 향후 5년간 3만 6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2012년까지 IPTV에 총 4조5217억이라는 ‘뭉칫돈’이 투자될 예정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가 구축된 우리나라는 IPTV를 발전시키는 데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IPTV를 매개로 첨단 IT가 융합되면 IT 생태계는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등 자신감도 넘친다.
윤경림 KT 미디어본부장은 “과거 초고속인터넷이 초래한 변화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던 것처럼 IPTV가 개인과 기업·사회·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단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컨버전스와 IPTV가 정체 상태에 빠진 우리나라 IT 산업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 재도약을 견인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모바일 컨버전스와 IPTV가 이용자 생활 편의는 물론이고 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생활에서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다.
미래 IT산업의 성장 추진체로서, 이용자 복지 향상의 매개체로서 ‘통신’의 지속적 성장·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氣’를 살려야 하는 바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원배·황지혜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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