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점수를 매기는, 이른바 ‘PP 평가제도’가 도입된다. 이에 따라 PP의 서열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량 콘텐츠 제공업체와 군소 PP 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케이블TV업계에 따르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산하 SO협의회와 PP협의회는 지난주 PP 평가제도 도입과 디지털 케이블TV 시청률 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 등에 서명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SO와 PP는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PP 평가제도’ 도입에 의견을 모았고 SO를 대상으로 평가 기준을 제출하도록 했다. 평가제도는 SO의 초안을 근거로 PP의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상반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PP 평가제도는 케이블TV 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IPTV 등 새로운 경쟁 매체와의 일전을 위해서는 양질의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PP가 늘어야 한다는 것. PP 업계에서 일부 반발이 있었지만 SO의 강력한 도입 의지로 제도를 시작하게 됐다는 관측이다.
평가제도 도입을 놓고 SO와 PP 업계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SO는 점수를 매기는 평가자 측이 되기 때문에 PP에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전부터 있어 왔던 ‘갑과 을’ 관계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PP 업계는 평가제 도입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일부 PP의 시장 퇴출을 우려하면서, 특히 시청률 위주로만 서열이 매겨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PP 업계 관계자는 “PP 평가제가 도입되면 자금 여건이 좋지 않거나 특수 아이템이 없는 다수 PP의 퇴출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시청률 외에 꼭 필요한 전략적 프로그램, 공익성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 공급자에는 일정 부분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PP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대신, SO 업계는 PP의 콘텐츠 제작 지원 차원에서 콘텐츠 발전기금 150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수신료의 기준이 되는 SO의 자료를 모두 공개(방송통신위원회 제출자료로 단일화)해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SO와 PP 간 사전 협의 없이 송출되는 광고자막(스크롤) 등의 개선점도 찾기로 했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PP 평가제 도입과 함께 SO·PP 업체 임원 4∼6명이 참여하는 ‘디지털 케이블TV 시청률 개선 TF’도 공동 운영하기로 했고, 합의 사항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별도의 집행위원회도 구성할 것”이라며 “SO냐, PP냐의 구분을 떠나 케이블TV 업계 전체가 새로운 환경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 성장해 나가자는 것이 대 전제”라고 강조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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