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에 빛난 `한국 L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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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LCD 패널 시황이 악화되면서 선두인 우리나라 패널 업체들이 비교적 선방한 반면, 대만 업계는 이익률이 추락하며 고스란히 직격탄을 맞았다. 고환율의 영향도 있지만 시장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양산 경쟁력과 탄탄한 고객사 기반을 갖춘 국내 업계와 ‘숨어 있던 실력차’가 나는 것이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교차하는 4분기에는 국내 LCD 패널 업계와 대만 업계의 수익성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드러나는 한·대만의 실력차=최근 잇따라 발표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AUO 등 한국과 대만 업체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연결 기준으로 5조5800억원의 매출에 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세계 패널 업체들이 동반 추락한 상황에서도 8%대의 이익률을 유지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 3분기 6.6%의 이익률을 지켜냈다. 반면에 LCD 패널 시장 3위인 대만 AUO는 지난 3분기 32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겨우 8400만달러 수준에 그쳤다. 이익률 2.6%로 가까스로 적자를 모면한 수준이다. 4위 LCD 패널 업체인 대만 CMO는 더욱 심각해졌다. CMO는 지난 3분기 4.2%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2분기만해도 20%대의 이익률을 기록했던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와 함께 대만 AUO, CMO도 각각 19.5%와 16%로 어깨를 나란히할 정도였다.

◇안정적 고객 기반과 원가 경쟁력 차이=최근 환율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장이 좋을 때는 다 좋지만 나쁠때 실력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던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의 공언이 그대로 현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황이 급속도로 냉각된 와중에서도 삼성·LG가 비교적 선방할 수 있었던 배경은 두가지로 꼽힌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고객사 기반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부(DM총괄)와 일본 소니·도시바 등 세계 대형 세트 메이커가 소화하는 물량이 80%에 이른다. 이 가운데 DM총괄이 LCD총괄로부터 구매하는 물량은 통상 35% 정도였다. 지난 2분기말부터 LCD 패널 시장이 위축되자 삼성전자(DM총괄)는 3분기 들어 LCD총괄로부터 사들이는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올렸다. LG전자도 LG디스플레이에서 구매하는 LCD 패널 비중을 60%선에서 3분기부터 거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그동안 삼성전자·LG전자의 덕을 봤던 대만 LCD 패널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어차피 시황이 나빠 내부(LCD총괄)가 힘든데 대만 패널을 쓸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원가 경쟁력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최근 LCD 패널 가격이 계속 약세지만 TV용 패널보다 특히 모니터 등 IT용 패널 가격이 더욱 맥을 못추는 상황이다. 판가를 감안하면 TV용 패널에 집중하는 곳이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전통적으로 TV용 패널 매출이 컸던 데다 최근 그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는 점에서 IT용 패널에 강세였던 대만 업체들이 더욱 힘든 셈이다.

◇격차 더 커져=우리나라 LCD 산업을 바짝 추격해왔던 대만 업체들은 올 연말을 기점으로 그 기세가 꺽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팔 곳이 없어 패널 가격 인하를 주도해왔던 대만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를 계속해서 감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AUO·CMO 등이 지난 상반기부터 감산한 것도 LCD 패널 가격을 어느 정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감산을 지속하거나 내년으로 예정됐던 차세대 LCD 라인 투자를 계속 미룰 경우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결국 대만 업체들은 양날의 칼을 맞고 있는 셈”이라며 “4분기에는 한국·대만 패널 업체들의 수익성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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