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입니다. 철조망을 마주한 북한에 중요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11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제외시킨 것이지요. 이로써 북한은 꼭 20년 9개월 만에 테러지원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이번 결정은 장기적으로 한반도 정세와 남북경제 교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테러지원국 지정은 무엇이고 해제 효과는 또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Q.북한은 언제 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나요?
A.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김현희 등 북한 공작원들에 의한 소행으로 알려져 있지요. 미국 국무부는 사건이 일어난 이듬해인 1988년 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습니다. 북한은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벗어나려고 갖은 애를 썼지만, 미국은 일본인 납치사건, 적군파 보호 등을 이유로 제재 조치를 풀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 미국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에는 북한 외에도 이란·쿠바·시리아·수단 등이 있습니다.
Q.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어떤 제재를 받게 되나요?
A.대부분 미국 물품의 반입이 금지됩니다.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뿐만 아니라, 미국 기술이 10%가량 들어간 제품도 엄격한 통제를 받습니다. 군수품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민수용 물자의 수출도 엄격히 제한됩니다. 그중에는 오늘날 필수품이 된 컴퓨터도 포함됩니다. 테러지원국에 상업용 물품을 수출하려면 미국 의회에 통보하고 허가도 얻어야 합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려고 해도 제재를 받습니다. 면세 혜택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나게 높은 관세를 매기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게 됩니다. 사실상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 금융기관의 지원도 차단됩니다. 사실상 국제사회와의 교역 통로를 막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는 어떻게 이뤄졌습니까?
A.북한 핵 문제와 연계해 테러지원국 해제가 이뤄졌습니다. 북한 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두고 수년 동안 우리나라와 미국·중국·러시아·일본·북한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왔습니다. 이를 6자회담이라고 하는데요,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 합의문, 2007년 10·4 합의 등이 6자회담의 주요 합의문이지요. 이 합의문을 통해 6개국은 북한이 비핵화한다면 미 국무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지난 6월 북한은 영변에 있는 핵시설인 냉각탑을 마침내 폭파시키고 대내외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게 됩니다. 이후 미국은 비핵화 여부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를 두고 북한과 또다시 수개월의 승강이를 벌였지만, 마침내 테러국 해제를 발표함으로써 이 문제를 매듭짓게 됩니다.
Q.미국과 북한은 이번 조치로 어떤 이익을 얻게 됩니까?
A.북한과 미국이 검증의정서에 합의한 데에는 어느 정도 북한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합치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의 평가입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 정부는 정권이 바뀌기 전에 북핵 진전이라는 외교적 성과가 필요했습니다. 북한도 또다시 새 정부와 테러지원국 해제 관련 협상을 벌이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부시 미국 정부가 대선 이전에 북핵 성과를 이끌어내려고 한가운데,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통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Q.이번 테러지원국 해제가 남북 관계에 호재로 작용할까요?
A.장기적으로는 금융과 교역, 경제 지원에 대한 여러 규제가 철폐됨에 따라 북한의 대외거래가 상당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수출입과 물품 반입, 반출은 까다로운 허가제를 적용받지 않아도 되고요. 신소재, 전자, 컴퓨터, 통신장비의 북한 반입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올해 평양과학기술대가 개교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이번 테러지정국 해제로 예전에 비해 컴퓨터 반입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남북 경제 협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략물자 수출통제 규정의 완화로 개성공단 등 북한지역에 대한 남한의 설비 반출이 종전보다는 쉬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북한이 받고 있는 제재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테러지원국 해제만으로는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 외에도 현재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금지법, 미사일 관련 제재, 인권 침해에 따른 제재, 그리고 공산권 국가에 대한 제재 등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지난 2006년 핵실험 실시로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이런 제재들이 풀리지 않는 이상 테러지원국 해제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것이지요.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 추천 도서 및 영상물
◆ 혜미의 행복통일한국, 2007, 통일교육원
통일교육원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한 영상 자료(애니메이션 11분). 주인공 혜미가 가상의 통일한국 모습을 체험한 후 통일에 대한 인식이 변화된다는 줄거리다. 혜미의 꿈 속에 이상한 일들이 펼쳐진다. 아버지는 외국인 투자가 늘어났다고 뿌듯하고 등굣길에서는 인민군과 마주친다. 혜미는 친구 다희와 영진에게 인민군을 만났다고 이야기하지만 요즘 인민군이 어디 있냐며 핀잔만 듣는다. 점심시간에는 평양에서 온 주방장의 평양냉면을 먹고 다희와 영진은 오후에 통일한국팀 올림픽축구 결승전이 있다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혜미는 수학여행은 백두산으로 가고 방학에는 횡단열차로 유럽까지 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 한다. 사이버통일교육센터(www.uniedu.go.kr) 자료방에서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 사고뭉치 북한박사, 2001, 장수하늘소 지음, 최동인 그림, 웅진닷컴
서울에 온 북한 아이 철우가 겪는 에피소드를 통해 전하는 북한 이야기. 왼쪽 페이지에는 철우가 겪는 에피소드가 만화로 그려지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철우의 일기를 통해 철우의 눈에 비친 남한과 북한의 생활상을 소개한다. 페이지 하단에 있는 ‘북한, 이것이 궁금하다!’ 코너에서는 주제와 관련된 북한 정보를 간략하게 정리해 준다. 북한 아이들의 일상생활부터 사회적인 습관, 북한말과 우리말의 차이 등이 소개된다. 철우의 일기 속에서 우리는 아이의 눈높이를 통해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가치적 혼란, 남한 사회를 통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북한의 장단점, 남한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이 실려 있다.
◆ 신문보내기 참여 업체-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회장 김영만 www.spc.or.kr)는 국내 SW 산업 육성을 위해 설립된 민간단체다. 1993년 ‘소프트웨어저작권보호위원회’란 이름으로 설립해 2000년 5월 현재의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로 명칭을 변경한 SPC는 SW 불법복제 방지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정품 SW 사용 환경을 정착시켜 국내 SW 산업 발전의 기반을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SW 산업은 서비스업보다 부가가치율이 높고 제조업 대비 고용창출 효과는 10배 이상인 차세대 성장동력이다. 하지만 이렇게 성장 가능성과 일자리 창출력이 뛰어난 SW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불법복제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는 물론이고 사용자의 인식 개선을 위한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IT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불법복제율이 유독 높은 이유는 잘 구축돼 있는 IT 인프라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SW는 공짜’ ‘SW는 하드웨어의 부속물’ 등으로 치부하는 사용자들의 인식이 문제다.
SPC의 주요 활동으로는 사법기관의 SW 불법복제 단속 시 기술 지원, 기업 환경에 맞는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 환경을 만들기 위한 컨설팅 서비스 등이 있으며, 불법 SW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초등학생 대상의 저작권 교육,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경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SPC에는 현재 한빛소프트, 한글과컴퓨터, 안철수연구소 등 국내 SW업체 100여개와 MS, 어도비와 같은 외산 SW 업체 20여개 등 총 120여개의 SW개발사 및 유통사가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김영만 회장 인터뷰
“IT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 사용자의 인식 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이 올바른 IT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사회 여러 주체가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김영만 회장은 우리 삶을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IT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 그리고 그러한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이라고 말해 왔다.
세계 평균보다 높은 불법복제율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IT 강국임에도 대다수의 국내 SW 기업들이 영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 또 국내의 인터넷 보급률 역시 세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사생활 침해, 악성 댓글 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 역시 간단치 않은 것도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김 회장은 기술 발전에 따른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고 진정한 IT 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IT 환경을 이용하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IT는 미래의 먹을거리 산업이며, 부가가치가 대단히 높은 분야”라며 “따라서 자라나는 청소년이 IT 분야에 더욱 많이 관심을 갖고, 이를 올바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또 “전자신문의 우수한 콘텐츠는 청소년의 IT 배경지식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의 IT 리더들이 사회 전반의 통찰력과 성숙한 문화의식을 기르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SPC는 전자신문 보내기 운동이 SW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협회의 설립 취지와도 부합하는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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