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5.00%로 0.25%포인트 내린다고 9일 발표했다. 한은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2개월 만에 통화정책 기조를 ‘물가 안정’에서 ‘경기(성장)’로 바꾼 셈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기업에 원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경기’가 ‘물가’ ‘환율’보다 더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금통위는 인하 조치 후 배포한 자료에서 “최근 내수 부진으로 인해 (경기) 둔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국제금융시장 불안, 세계경기 위축 등으로 향후 성장의 하향 리스크도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이어서 “기준금리 인하는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고 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리인하 결정 직후 간담회에서 “외환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통화정책의 큰 짐을 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위기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글로벌 정책 공조에 한국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면서 “실물경기 둔화 속에서 주식시장이 빠른 회복을 보이기 쉽지 않아 보이지만 글로벌 주요국들의 정책 공조가 누적돼 영향을 미치면 투자심리도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준배기자 joon@
<뉴스의 눈>
‘만약, 전날 밤 글로벌 동시다발적 금리인하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경기가 아무리 불투명해도 이날 금리인하는 결코 쉽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입을 모았다. 이유는 명확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는 곧 외국자본 유출로 이어지고 이는 환율 추가 상승을 의미한다.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이 환율 때문에 ‘곡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런 와중에 8일 밤 전격적으로 이뤄진 해외발 ‘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 소식은 한은 금통위원들에게는 ‘가능성’을 던져준 것이다. 특히 ‘경기침체’가 큰 부담이었던 이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미국·유럽중앙은행(ECB)·영국·캐나다 등 대부분이 일반 기준인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인하를 택했다. 한은은 그보다 적은 0.25%를 인하, 부담을 줄였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인하 결정 직후 간담회에서 “어제(8일) 주요국들이 공조해 0.5%포인트 내렸다”며 “한은이 금리를 조금 조정하더라도 금리차에 따른 자본이동 등 부정적 영향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어 ‘물가’보다는 ‘경기’에 대한 우려감을 쏟아냈다. 2개월 전 금리인상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 같은 태도 변화가 정책실패 아니냐는 지적에 이 총재는 “사후 여러 평가가 가능하다”면서 “당시 국제유가 등을 고려할 때 상황을 예측하기가 어려웠다”고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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