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한 치의 진전도 이뤄내지 못한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을 위해 정부와 여야가 이번 국감에서 반드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업계가 촉구하고 나섰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개인정보보호법안이 제정되지 못하는 사이 잇따른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나 정부와 여야,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감독기구의 소속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에 앞서 개인정보위원회를 대통령실 직속으로 두는 것을 골자로 한 개인정보보호법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에 앞서 행정안전부는 자문위원회 성격의 위원회를,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독립 감독기구 성격의 위원회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개인정보보호법안을 각각 지난 8월 마련했다.
백의선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행안위 국감을 하루 앞둔 6일 “대통령실 직속은 독립적이고 힘을 갖는다는 점이, 총리실 소속은 발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여야가 이 두 장점을 놓고 싸우기보다는 입법취지에 맞게 하루빨리 합의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야당은 정부 안에 관해 국무총리실 소속기구가 부처를 관리하고 감독하기에는 역부족인데다 행정안전부 자체도 감독 대상이라는 점에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행정안전부가 8월 12일 입법예고한 개인정보보호법안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단순 심의기능만 가진 허울뿐인 기구”라며 “대통령 직속으로 독립적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두되, 입법·사법·행정 3부에서 각각 3인의 위원을 추천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독립적인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시민단체들도 정부 여당의 법안이 행안부에 사무국 기능을 둠으로써 개인정보보호 업무의 총괄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려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 장여경씨는 “감독 기구가 부처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반드시 필요한 행정적 목적 외에는 주민등록번호도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안부 측은 “각 부처가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 직속으로 독립적인 기관을 두는 것은 옥상옥”이라는 주장에 변함이 없다.
일부 전문가들도 감독기구의 대통령 직속은 기존의 개인정보보호센터나 개인정보보호분쟁위원회 등을 활용하기 힘들고 방대한 조직을 새로 꾸려야 하기 때문에 자원 낭비라는 지적이다. 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장은 “기구 소속 문제 때문에 법안 통과가 늦어지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점”이라면서 “실질적인 업무를 발빠르게 진행하고 업무의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조직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실은 “감독기구의 소속이 어디인지가 주요 쟁점이 되겠지만 독립적인 기구로서의 성격이 보장된다면 논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밝혀 합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소영·문보경기자 s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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