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LCD 패널업체들이 주요 부품인 백라이트유닛(BLU)을 대만 업체들로부터 갈수록 많이 조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업체들은 삼성전자의 노트북·모니터용 BLU 최대 협력사였던 우영이 부도난 이후 상당 물량을 이어받아 수혜를 얻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거의 전량 국내 협력사들에서 사들였던 TV용 BLU도 최근 대만산 비중을 높여갔다. 세계 LCD 패널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의 대만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BLU 업체들은 계속 고전하는 반면에 대만 BLU 업체들은 외형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로 훨씬 높은 이익률을 구가했다.
6일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는 전체 모니터용 패널의 BLU 조달 물량 가운데 각각 25%씩을 대만 코어트로닉과 라디안트로부터 공급받았다. 전체 모니터용 BLU 중 절반을 대만 업체들에 의존한 것이다. 우영이 납품하던 모니터용 BLU 대부분을 이들 대만 업체에 돌린 결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의 대만 의존도는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삼성전자는 모니터용 BLU를 100% 국내 협력사들로부터 조달받았지만, 지난 1분기에는 전체의 26%에 해당하는 BLU를 코어트로닉에서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 같은 양상은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분기 TV용 패널의 BLU 가운데 무려 7%를 대만 라이안트에서 구매했다. TV용 패널에서 대만산 의존도는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4% 정도를 유지했으나 2분기에 크게 늘어났다. TV용 BLU의 경우 통상 높은 수준의 제품력을 요구하는 탓에, 삼성전자는 지금도 전량 국내 조달하는 상황이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들어 지분출자를 단행한 국내 BLU 업체인 뉴옵틱스의 공급물량을 지난 2분기 본격 확대하기 시작했다. 1분기만 해도 모니터용 BLU의 9%, TV용 BLU의 13%에 그쳤던 뉴옵틱스의 공급 비중은 지난 2분기 각각 21%와 15%로 크게 늘었다.
이처럼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대만산 BLU 비중을 크게 늘림으로써 BLU 시장의 박한 마진 구조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만 업체들은 물량 확대 덕분에 이익률에서 국내 업계를 크게 앞질렀다. 지난 2분기 기준 대만의 라디안트가 13%대, 코어트로닉이 7%대의 이익률을 기록한 반면 국내 최대 BLU 업체들인 희성전자·한솔LCD·태산엘시디·디에스LCD 등은 대부분 3% 미만의 이익률에 그쳤다. 양산 댓수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도 대만 코어트로닉이 16.5%, 라디안트가 10.9%로 두자릿수를 유지한 반면, 국내에서는 태산엘시디가 6.4%를 기록한 것이 최고 수준이다. 이랬던 이 회사가 ‘키코’ 사태로 인해 무너지면서 우리나라 업체들의 점유율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국내 BLU 업체 대표는 “LCD 패널 생산량이 가장 많은 한국에서 BLU 업체 중 세계 최고가 없다는 점은 아이러니”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문을 닫는 BLU 업체들이 속속 생겨날 경우 패널 업체들이나 국가적으로도 손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한기자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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