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박지성, 추신수, 박세리, 최경주 등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해외에서 활약하는 소식이 때때로 외신을 타고 흘러온다. 치열한 경쟁에서 한국인의 DNA를 갖은 이들이 승전고를 울릴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글로벌 한국인의 이야기는 살아가는 데 힘을 주기고 하고, 더러는 역할 모델이 되기도 한다. 정보기술(IT) 분야에도 스포츠 분야만큼 화려한 스타들이 있다. 세계의 주요 기업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한국 IT 기술을 뽐낸다. 퀄컴의 유병호 변호사, 픽사의 조성연씨, 루슨트의 김종훈 사장, 인텔 에릭킴(김병국) 부사장 등이 주인공이다.
<>퀄컴 유병호 변호사
통신 기술 기업인 퀄컴은 최근 수년간 최근 노키아, 브로드컴 등 경쟁회사 등과 특허분쟁을 벌였다. 기술과 법이 총 동원되는 통신 분야의 특허 전쟁은 회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세계적인 기업이 법정에서 기술논쟁을 벌이는 한 중심에 유병호 변호사라는 한 한국인이 위치하고 있다. 바로 퀄컴 법무팀의 유병호 변호사는 우리나라서 변리사로 활동했다. 지난 1999년 퀄컴 측과 인연을 맺고, 경쟁사가 제기한 특허무효 소송 8건을 모두 승소로 이끌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는 2년뒤 퀄컴의 한국 특허 소송 대리인에서 본사의 법무팀으로 전격 스카웃 됐다.
그가 변리사가 된 것은 하이닉스(옛 현대전자)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지난 1996년이다. 주경야독하며 변리사가 됐고, 미국에서는 변호사에 도전했다.
변리사로 미국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지만, 한국의 변리사 자격증 만으로 소송과 법률의 나라인 미국에서 주류로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느꼈다. 일하면서 또다시 로스쿨(법과대학원)을 다녔고, 결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와 미국 특허변호사 자격을 땄다. 지금은 한국의 변리사 자격과 미국의 변호사 자격을 갖춘 기술 분야 변호사로 맹활약하고 있다.
<>픽사 조성연 기술감독
세계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픽사를 뺄 수 없다. 픽사 3차원(D)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에 가면 친숙한 한국인을 만날 수 있다. 이 곳에서 8년여간 근무한 조성연 기술감독이다. 그는 홍익대에서 판화를 전공했고, 애니메이션 분야 공부를 위해 지난 1994년 미국으로 유학, 시카고 예술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졸업 작품으로 제작한 단편 3D 애니메이션 ‘그랜드마’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미국 애니메이션 업계에 진입했다. 그는 대학원 졸업후 지난 2000년 부터 픽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조 감독은 픽사에 입사한 후‘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월-E’ 등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형 히트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다. 그가 맡고 있는 분야는 샷 라이팅(Shot Lighting)이다. 특수 분야로 3D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색감과 질감을 덧입히는 것으로 실감나는 영상을 제공한다. 그는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 열린‘픽사’전을 위해 최근 귀국하기도 했다. 픽사에는 조성연 감독 외에도 10명 내외의 한국인이 근무하고 있다.
<>루슨트 김종훈 사장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연구소인 벨연구소의 수장은 한국 사람인 김종훈 사장이다. 그는 지난 2005년부터 벨연구소 사장으로 알카텔-루슨트에 근무한다. 그는 취임 후‘기술 상용화(Technology Commercialization)’란 전담 부서에서 별도로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연구한다.
김종훈 사장은 중학교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전자공학 및 전산학 학사 학위와 기술경영으로 석사를 받았으며 메릴랜드 대학에서 2년만에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자신이 지난 92년 설립한 ATM 장비 개발 벤처기업 유리시스템즈를 98년 루슨트(현 알카텔-루슨트)에 매각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루슨트에서 광대역 네트워크 부문 사장, 광 네트워킹 사업부문 사장을 거치면서 루슨트의 차세대 광 네트워킹 시스템의 개발, 생산 및 마케팅을 총괄하기도 했다.
지난 2001년 이후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의 전자컴퓨터공학과 및 기계공학과 교수로 강단에 섰고 2005년 4월 벨연구소 사장으로 재합류했다. 미국 국립공학학술원(NAE)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미국 범아시아인상공회의소(USPPACC)가 선정한‘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인 10인’에 꼽히기도 했다.
<>인텔 에릭 킴
PC의 역사에서 인텔이란 이름을 빼놓기 힘들다. PC의 역사와 함께한 거대 기술기업 인텔에서 마케팅과 디지털 홈사업 등을 담당하면서 변화를 이끄는 주역이 바로 한국 사람인 에릭김(한국명 김병국) 부사장이다.
지난 2004년 말까지 삼성전자에서 글로벌마케팅을 담당하면서 당시‘매트릭스 폰’ 등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김부사장은 당시 삼성전자의 마케팅을 한걸음 전진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에서도‘S급 인재’로 평가 받았으며, 지난 2002년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기업인 1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말 인텔로 옮기면서 먼저 마케팅 부분의 수장을 맡았다. 김 부사장은 37년이나 사용한‘인텔 인사이드’ 로고 대신 새롭고 다양한 브랜드 전략을 사용하면서, 인텔의 변화를 주도했다.
인텔이 PC용 반도체 업체에서 소비자 가전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기술 회사로의 변화를 추진한 것이다. 인텔의 마케팅 변화를 이끈 후 그는 지난 2006년부터 디지털 홈 분야를 맡아, 신규 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김부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 UCLA 대학에서 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하버드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이수하는 등 기술과 마케팅을 두루 섭렵했다.
<>김광로 비디오콘 사장
인도의 가전 기업인 비디오콘의 최고 경영자는 한국인 김광로 회장이다. 그는 LG전자 인도법인장 및 부사장을 10여년 동안 이끌면서 현지에서 LG전자를 1위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지난 5월 그가 인터 현지 가언업체인 비디오콘으로 적을 옮겼다. 한국인으로 글로벌 기업 최고 경영자 자리에‘수출’됨으로써 한국 가전 기업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다. 비디오콘은 가전, 에너지, 전자유통, 호텔 부문을 거느리고 연간 42억 달러(약 4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무서운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대기업이다.
김 회장은 취임 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비디오콘을 한국 가전 기업 수준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중이다. 기업인수를 통해 성장한 비디오콘은 그동안 제대로된 컨트롤 타워가 없었다. 김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관리와 영업 능력을 충분히 활용,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에 활기를 불어 넣은 것 처럼 비디오콘의 능력을 끌어올린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우선 LG전자에서의 현장 경험을 살려 유통망 확보에도 열정적으로 나었다. LG전자에 있던 시절, 그는 인도 각지에 흩어진 LG전자의 지역 거점 및 유통망을 수시로 돌며 현장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인도 웬만한 LG전자 대리점을 찾으면, 김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한국계 IT 인맥 K그룹>
세계 정보기술(IT)의 중심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한국인들의 모임이 결성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샌타클래라·서니베일·팰러앨토 등 샌프란시스코 남쪽 일대 기술 분야에 근무하는 한국인들이‘베이에어리어K(BayAreaK)그룹·www.bayareakgroup.org.’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초기에 30여명에 불과했던 회원수도 수백명에 이를 정도로 많아졌다.
한국 기술인을 중심으로한 인적네트워크가 필요했지만, 그동안 모이지 못하다 핵이 만들어지면서 커진 것이다.
HP·시스코·자일링스·인텔·구글·윈드리버·마벨 등 IT 업계 종사자와 엔컴퓨팅·인포캐스트 등을 창업한 한인 벤처 사업가까지 참여한다. 샌프란시스코만 일대 첨단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한국인이 대략 1000여명이며 이중 절반 가량은 K그룹 회원이 된 것이다.
K그룹은 독립 재정운용 원칙 아래 11명의 운영진이 참여하고 있다. 웹서비스·소프트웨어·네트워크·칩 디자인·에너지·바이오 6개 분야에서 교류를 추진한다.
K그룹은 현지인들의 정보 교환 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발판 역할도 할 전망이다.
인도 및 중국인들이 미국 유수 IT 기업의 중추 세력으로 자리잡고 자국 인력의 취업 및 본국 글로벌 R&D센터 투자 유치 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것을 모델 삼아, 한국세를 확장시키는데 일조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조직도 확장한다.
시애틀을 중심으로 K그룹 북서부 지부가 개설됐으며 샌디에이고 등 캘리포니아 남부에서도 지부 개설을 논의 중이다.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한국 정부기관도 K그룹과 교류하고 있다.
K그룹 측은“실리콘밸리는 기술과 경영의 효과적인 조화, 금융·법·회계 등 제도 및 정부의 명확한 역할 분담으로 선순환을 만들어낸다”면서“현장에서 겪고 목격한 노하우를 한국 벤처업체 기술자와 더 많이 교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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