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글로벌플레이어] 한상네트워크

 한상(韓商)이 뛴다.

 한민족의 글로벌화를 이끄는 든든한 역군, 한국상인 한상. 세계적인 한상기업과 기업인들은 우리의 또 다른 자산이다. 세계화·정보화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지만,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것이 바로 민족 네트워크다. 더욱이 생산분산화구조가 더욱 복잡하게 변화하는 세계에서는 의도적인 네트워킹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세계를 주름잡는 유대인·중국인의 글로벌 네트워크처럼 한상 네트워크에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700만 재외동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5일을 ‘세계 한인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다.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한상네트워크연구회 등 이들을 지원하고 연구하는 단체도 잇따라 생겨났다.

 ◇세계 곳곳에서 한상이 뛴다=2007년 12월 말 집계로 세계 각지에서 거주하고 있는 재외동포는 총 704만명에 이른다. 이 중 중국에 거주하는 동포가 276만명으로 압도적이다. 그 뒤를 미국과 일본이 잇고 있다. 외국국적을 갖고 있는 동포는 2007년 12월 말 현재 405만명이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재외한인단체도 4000개가 넘는다. 이 중 300대 한상의 총 매출은 2006년 기준 32조원으로, 우리나라 국내 총생산의 3.8% 규모에 이를 만큼 성장했다.

 2006년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말레이시아 국왕으로부터 ‘백작(Dato)’ 칭호를 받았던 권병하 헤니권코퍼레이션 회장, 미국 현지 최초 한인자본으로 출발한 월셔은행의 고석화 이사장, 러시아의 대표적인 리스 회사 로그네스의 CEO인 김스타스 사장, 베트남 공단 조성 사업 허가를 따낸 홍선 한국플라스틱 대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비즈니스센터 아웃소싱 사업을 운영하는 김은미 CEO스위트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권병하 회장은 ‘버스덕트 시스템’이라는 전기 부품을 전 세계 26개국으로 수출해 연 매출 3000만달러를 올리는 등의 활약을 하며 전 세계에서도 유명한 인물이다.

 오지에서도 한상의 활약상은 대단하다. 라오스에는 연간 매출 1억2000만달러를 올리는 코라오그룹이 있다. 이 기업을 일군 사람은 한국인 오세영 회장이다. 아프리카 대륙 동부 해안에 위치한 탄자니아에서도 한상이 뛰고 있다. 이곳에서 이태조 사장은 인트코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무역업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 한상을 지원하기 위해 케냐상공인연합회도 설립됐다.

 해외에 진출해 있는 상인들은 모국 기업과의 무역 증진에 기여하고 모국상품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공헌하는 바가 크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 성장 뒷면에는 이를 이끄는 화상과 인상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3000만여명에 달하는 화상에 힘입어 화교상권은 유대인 상권에 이어 세계 2위 민족상권을 구성하고 있으며, 화상 자본의 활발한 투자는 중국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데까지 큰 도움도 주고 있다.

 물론 한상은 중국인들로 이루어진 화상에 비하면 영향력이 크게 미흡하다. 그러나 한상 또한 어느새 한국 기업들의 큰손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국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동반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재외 한상과 한국 기업이 상호 윈윈하는 모델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것. 역경을 딛고 일어선 한상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업체를 이끌어주는 방식으로, 이는 한상 네트워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다.

 이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온라인에서도 한민족 경제 네트워크를 지원하기 위한 B2B 사이버 홍보관이 마련됐다. 한국무역협회(KITA)와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OKTA)는 지난 4월 공동으로 e마켓플레이스(www.tradeKorea.com)를 열었다. 이곳에서 국내-교포기업 간 기업·상품·비즈니스 정보 교환, 국내기업과 해외 한인교포기업이 수출입거래를 직접 할 수 있게 됐다.

 ◇정책 지원 절실=그동안 재외동포 비즈니스 네트워크 활용에 대한 한국정부의 정책은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와 관련한 정책 현황을 정부 어느 부처에 이야기해도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재외 동포가 운영하는 기업의 실태 파악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기초 단계도 다져지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재외 동포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인이나 재외동포기업인들은 네트워크 형성과 지원을 위한 통합 정책과 관련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기반으로 민족 브랜드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6월 열린 재외동포 정책세미나에서 윤조셉 국제통상전략연구원장은 “재외동포 경제네트워크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모국정부가 중심이 돼 전 세계 동포들과 함께 민족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며 “경제, 교육, 문화 등 재외동포 네트워크의 주체는 항상 재외동포가 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문보경기자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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