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인텔이 최근 사업영역 충돌을 빚고 있다. 인텔이 이번달부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가전용 시스템온칩(SoC) 사업에 뛰어들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넘어 영토확대에 나선 인텔의 행보는 삼성으로 하여금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양사는 두말할 필요 없이 반도체 업계 양대산맥이다. 이들의 주력제품인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메모리는 PC에서 각각 머리와 저장장치 역할을 하면서 성능 측면에서 보완관계에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수행하는 연산이 늘수록 메모리에 저장되는 데이터 양이 늘어나 메모리용량도 커져야 한다. 따라서 삼성과 인텔은 서로의 제품 로드맵을 공유하는 사이다. 메모리의 뒷받침이 없는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텔의 신규사업이 삼성의 전략적 사업군과 겹치면서 양사는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인텔의 SSD와 가전용 SoC는 삼성으로선 달갑지 않은 경쟁상대다. 인텔은 데스크톱·노트북PC용 멀티레벨셀(MLC) SSD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면서 삼성의 새로운 경쟁자가 됐다. 인텔은 연내 서버·스토리지용 싱글레벨셀(SLC) 제품까지 내놓을 계획이어서 공격적인 행보가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이 마이크로프로세서에 국한된 매출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하면서 폭발적인 수요가 예상되는 SSD의 시장성을 보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인텔이 이번달 생산을 시작하는 가전용 미디어 프로세서 ‘CE 3100(코드명 캔모어)’도 삼성을 압박한다. 삼성이 시스템LSI 분야에서 일류화제품으로 육성 중인 디지털TV용 반도체의 강력한 상대기 때문이다. 캔모어는 디지털TV, 셋톱박스 등에 적용하는 SoC 제품으로 삼성전자, 소니, 도시바 등 TV업체와 활발히 협력하면서 세를 불려나가고 있다. 지난 4월 고선명·멀티미디어 기능 구현을 위해 TV 전용 SoC를 자체 개발해 탑재했던 삼성으로선 차별화 전략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대해 양사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은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사업을 열심히 할 뿐, 인텔의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만난 인텔의 고위관계자들도 삼성과의 경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자사 제품의 우수성만을 강조했다.
설성인기자 sis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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