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라이드·KLA 사업 모델로
도입 제조사 계약 갱신율 90%
국내 AP시스템 부품공급 상품
설비 투자 위축 속 수익 창구로
반도체 장비 업계에 새로운 먹거리로 '서비스 구독'이 부상하고 있다. 장비공급과 유지보수라는 전통의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장비 운용 컨설팅과 문제 해결 솔루션을 장기 구독하는 모델이 확산중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사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장비 구독(서브스크립션) 서비스 계약 갱신율이 90%를 넘어섰다. 어플라이드 장비를 도입한 반도체 제조사들이 장비 유지 관리를 위한 장기 구독 서비스 계약을 맺었는데, 10곳 중 9곳은 구독 연장을 요구할 만큼 수요가 강하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는 반도체 장비를 생산 라인에 설치한 후 문제가 발생할 때만 유지 보수 서비스가 제공됐다. 장비를 고치거나 부품을 교체하는 방식이다.
구독 서비스는 여기에 더해 고객사의 반도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고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령 복잡한 장비 운용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AI) 솔루션이나 디지털 도구를 추가 지원하고, 신규 부품을 공급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고객사 반도체 성능을 높이고 수율 개선과 비용 절감을 도모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다년간 제공하는데, 마치 데이터센터에서 리눅스 등 서버 운용체계(OS) 도입 후 구독 계약을 통해 일정 시점까지 각종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및 유지 보수, 서버 최적화를 지원하는 것과 유사하다.
어플라이드 관계자는 “평균 계약 기간은 2.9년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5년 장기 구독 서비스 계약도 체결했다”며 “구독 서비스가 AGS 사업부문의 두자릿수 성장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4분기 기준 어플라이드 AGS는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6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계측·장비 기업 1위인 KLA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장비 관련 필요 서비스를 옵션 형태로 선택해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 요구가 늘면서 담당인 KLA 서비스 사업 부문 매출은 회계연도 2025년 1분기 기준 6억4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서비스 사업 부문은 전체 매출 중 23%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이런 구독 서비스는 반도체 장비가 복잡해지고 첨단·지능화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첨단 장비일수록 운용이 까다로워져, 장비 제조사의 추가 지원이 필요해져서다. 장비사 입장에서는 지원 서비스를 아예 사업 모델로 전환, 수익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공급망 위기도 겹치면서 안정적 부품 수급 역량 역시 단순 지원을 넘어 '판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탈바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움직임은 일부 국내 장비사에서도 감지되는데, AP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회사는 반도체 장비 핵심 부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다수를 국산화 혹은 내재화했다. 납품 기간 지연 등 수급 불안정을 해소한 결과, 부품 공급 역시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장비 유지 보수 서비스의 구독 모델이나 상품화는 설비 투자(장비 구매)가 적은 반도체 침체기에 유효한 수익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