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생각하는 IPTV는 아직 먹을 것은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운 ‘계륵’과 같은 존재다.
분명 새로운 사업기회지만 불투명한 수익 전망과 기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IPTV가 과거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와 위성DMB인 티유미디어처럼 지상파방송, 케이블TV의 콘텐츠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경쟁력을 잃은 전철을 반복할 것이라는 지적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IPTV가 위성방송, 위성DMB 등의 사례와는 달리 전국 1486만 가입자를 가진 케이블TV가 장악하고 있는 유료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도전자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IPTV사업을 신청한 통신사업자들의 막강한 자금력은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서 주요 PP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치열한 눈치 작전, 사업신청 ‘저조’=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달 26일부터 진행된 IPTV사업자 접수에는 단 10개의 PP만이 신청을 했다.
28일에는 지니프릭스(만화·게임·교육 3개)·KMB네트워크·올스트·기독교복음방송·올리브나인(부가통신CP) 등이, 29일에는 교육 분야 콘텐츠제공업체(CP), 음악과 교통 분야 PP가 추가로 신청했다. 총 10개 사업자가 등록했는데 기존 실시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과 형태가 다른 CP와 데이터방송 채널이 대부분이다.
영세 PP나 소규모 콘텐츠 사업자들로부터 문의가 많이 오지만 메이저 복수PP(MPP)에서는 전화 한 통 없었다는 게 접수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이미 온미디어·CJ미디어 등 MPP는 IPTV 진출 계획이 없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진출을 검토해 왔던 단일 PP들도 IPTV 제공사업자 허가 이후에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에 신고한 기존 PP들도 외부에 이름이 알려지기를 꺼리며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권 높이려는 전략(?)=케이블TV 채널 중 인기가 많은 캐치온과 슈퍼액션, OCN 등 9개 채널을 보유한 온미디어와 tvN, 채널CGV, 올리브 등 9개 채널을 보유한 CJ미디어가 IPTV에 프로그램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IPTV의 콘텐츠가 질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IPTV 시장의 수익성을 섣불리 점칠 수 없는데다 기존에 관계를 맺고 있는 방송사업자들의 IPTV 견제가 만만치 않아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MPP인 온미디어와 CJ미디어가 현재 IPTV사업자와 채널 공급 협상을 진행하지 않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IPTV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진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철저한 비즈니스 정신에 입각해 IPTV 진출을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MPP의 움직임에 다른 PP들도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PP들의 움직임에는 지상파방송과 마찬가지로 케이블TV 인기 프로그램 공급업체들도 협상을 거쳐 프로그램 공급가격을 높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IPTV업체들의 분석이다. 초기 시장 형성 과정에서 프로그램 비용을 터무니없이 높게 주면 IPTV산업 자체가 ‘고사’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하소연이다.
하지만 PP업체들도 KT 등과의 기업 간 양해각서(MOU) 교환 등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도 불분명하고 프로그램 사용료 등 플랫폼 사업자의 향후 계획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등록부터 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MPP, 사업성 있다면 언제든 ‘진입’=콘텐츠를 공급하는 PP들이 새로운 플랫폼이 생겨도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는 국내의 저가 방송 수신료 구조에 있다. PP 매출에서 프로그램 공급 대가로 받는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10∼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광고수익이다. 따라서 가입자를 많이 확보해 안정적인 광고수익을 보장해주는 플랫폼 사업자(케이블TV)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1486만 가입자의 케이블TV 시장에 머무는 것이 200만 가입자의 IPTV 시장에 진출해 케이블TV사업자의 견제를 받는 것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IPTV가 실시간 방송을 기점으로 유무선 결합상품과 다양한 마케팅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으면서 영향력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면 PP들이 신규 광고수익을 위해 진출을 고려할 수도 있다.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전달하는 기존 방송과는 달리 IPTV나 디지털케이블 같은 디지털 방송은 프로그램당 과금제(PPV)나 주문형비디오(VoD) 등의 방식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PP들은 IPTV를 기존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로 볼 수도 있다. 결국 콘텐츠 사업자들의 IPTV 진출은 IPTV 플랫폼 사업자들이 얼마나 탄탄하고 좋은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지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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