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21](208) 실리콘 못 이용한 첨단 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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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수의 기록은 성경에도 나온다. 방주를 제작한 노아는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역청(pitch)을 칠했다고 한다. 이어 합성고무, 아크릴수지, 폴리우레탄 수지 등을 이용한 방수기술이 개발됐고, 1976년 미국 고어텍스사가 땀은 증발시키고 비나 안개는 차단하는 라미네이트 기술을 개발하면서 방수 기술은 급진전하게 된다.

최근에는 실리콘을 이용해 물이나 기름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동시에 필요에 따라 통과시키기도 하는 기술이 개발돼 화제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학의 연구팀은 폭이 400㎛ 정도되는 실리콘 못을 빈틈없이 배열해 액체를 차단하는 방수소재를 개발했다.

이 방식은 물·기름·솔벤트·세제 등 다양한 종류의 액체를 모두 차단할 수 있는데,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극한상황에서도 폭넓게 방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헬리콥터의 로터 블레이드다. 헬기는 고도를 높일수록 로터 블레이드에 결빙이 생겨 위험성이 커지는데, 실리콘 못의 완벽한 방수-방유 기능을 활용하면 결빙 위험이 없어 안전 운항이 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실리콘 못으로 차단된 방수소재 표면에 전기를 흘려주면, 못의 간격이 벌어지기 때문에 차단한 액체를 다시 통과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원하는 대로 방수에서 투과로 성질이 바뀌는 특성을 갖춘 데다 생산공정까지 매우 간단해 앞으로 실리콘 못 방식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은 칩 위에서 각종 화학실험을 수행하는 랩 온 어 칩(lab on a chip)의 소재로 활용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