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이 7월과 8월 자사주 취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달 26개사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17개사가 자사주를 취득해 두 달간 43개사에 달했다. 특히 코스닥기업의 경우 주가가 급락한 1월 21개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며 가장 많았고 이후 주가가 안정되며 4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 7월 15개사, 8월 14개사로 다시 증가세다.
이는 올들어 704.23포인트에서 출발한 코스닥 지수가 1월 한달간 69.71포인트(9.8%) 하락하며 급락했고 또 최근 두달간 110.49포인트(19.0%)나 빠지자 주가방어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기업들의 풍부한 자금과 단기 급락에 따른 저평가, 그리고 주주 불만 해소 역시 자사주 매입의 이유로 해석된다.
실제로 자사주 취득의 효과는 취득을 결의한 시점에서는 강한 효과를 발휘했다.
유가증권시장의 국민은행은 지난달 14일 자사주취득을 결의하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집중, 6만원대에 재진입하기도 했다. 코스닥시장에선 아모텍의 주가가 지난달 초 6610원에서 줄곧 내림세를 타며 지난달 22일 장중 5020원까지 하락했지만 자사주 취득 시점을 계기로 14.3%나 급등, 6000원대를 회복했다. 액토즈소프트도 지난달 14일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이후 8000원 수준이던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1만원대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반짝 효과가 있을뿐 대부분 당초 가격보다 주저앉은 사례가 많다. 이는 기업 실적이 좋지 못하거나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미국발 신용 경색에 고유가, 불안정한 외환시장까지 주식 시장에 미치는 악재가 너무 많은 탓에 자사주 취득 등의 단기적 처방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NHN은 지난 3월 28일 2860억원의 자금을 들여 130만주의 자사주를 4월부터 6월30일까지 3개월간에 걸쳐 취득했으나 주가는 28일을 전후로 9% 가량 올랐지만 4월 1일 23만5100원에서 30일 18만2500원으로 22.3%나 급락하며 자사주 취득이전보다 하락했다. 또 지난 5월30일 코스닥에 상장한 제이씨엔터테인먼트(JCE)도 잇따른 하한가에 상장 5일만에 14억원을 들여 자사주 20만주를 석달에 걸쳐 사들였다. 하지만 최근 주가는 결의일 당일 1.5% 올랐을 뿐 연신 하락세를 타며 반토막이 났다.
이밖에 가온미디어, 피앤텔, 디에스엘시디 등 지난 5월말 자사주 취득을 결의해 취득을 마친 기업들의 주가도 자사주 취득 이후에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이와 관련 변준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이 대세 하락을 맞아 자사주 취득이 주가부양의 안전판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자사주 취득이 손절매 물량을 부추길 수 있어 효과를 맹신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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