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을 대표해 온 두 조직인 한국벤처기업협회와 한국IT기업연합회가 한국벤처산업협회라는 통합 조직으로 새출발한다. 외환위기 탈출의 엔진 역할을 맡았던 정보기술(IT) 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다시금 ‘저성장, 고물가, 저고용’의 스태그플레이션 돌파를 위해 세력을 한데 뭉치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은 수출주력인 IT와 자동차 등 국가산업의 근간을 떠받치며, 우리 산업의 허리층 역할을 수행해온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불공정 하도급 구조’ ‘수급에 의한 주종관계’ 등 근대적 생태계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정 목표를 위해서도 중소기업 육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하루에도 수십개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 전체의 90%에 육박하는 고용을 창출하는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경기 급랭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재정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IMF 외환위기를 이른 시일 내에 극복한 데에는 고용창출 효과가 큰 중소기업의 역할이 지대했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뛸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그에 따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커나가면서 새로운 사업 영역과 투자로 다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만 우리 경제의 혈맥이 다시 박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SW기업 육성,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특단의 대책도 필요하다. 중기청과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위기는 곧 기회로 연결된다. 이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위기를 단순히 보수적으로 맞설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으라는 주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전쟁의 최선봉에 선 기업들은 하나같이 난관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며 슬기롭게 극복해 온 주역들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 러시아, 중동 등 개도국이 수년간 확장을 위한 투자를 밀어붙이다가 최근 경기 둔화로 투자가 위축되면서 여러 기업이 투자에 주춤하거나 한계를 맞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경기가 다시 회복될 때의 수요를 선점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등 꾸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기회 선점 전략은 중소기업에게도 공통적으로 통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불황을 뚫으라는 주문도 나온다. 경기가 좋은 시점에는 기업들은 크든 작든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M&A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기 하강국면에서는 신규 투자보다는 아웃소싱 등 비용절감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부문 또는 조직 전체를 매각하려는 기업도 나온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소기업이라도 여유 능력을 갖춘 곳이라면 이런 시기에 시장에 나온 역량 있는 기업을 저가에 인수할 수 있다”며 “이는 곧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대응능력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몸집이 작으면서 작은 위기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중소기업일수록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여러 요인에서 발생할 수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략적으로 5∼10%의 여유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진호·김준배기자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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