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속 타들어가는 中企 수출역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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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가 너무 안 좋습니다. 타격이 너무 큽니다.”

 “대기업이라고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나와 있는 기업 대부분이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기자가 필리핀에 파견된 중소기업과 대기업 지사장으로부터 각각 들은 말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경기 부진에 장사 없다’며 최근의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미국발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를 먼 타향에서 제대로 실감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느낀 점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경기침체에 따른 체감 정도가 심했다. 자리 잡은 지 오래된 대기업 경우 경기 침체를 하나의 사이클로 보는 반면, 중소기업은 ‘철수’라는 단어까지 거론하며 매우 어려워했다. 대기업 현지 지사장은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이든 소비자든 바로 저가제품을 찾게 된다”며 “한국 중소기업 제품이 글로벌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여서, 최근의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며 해외로 뛰쳐나간 중소기업이 걱정이다. 이들은 단기 실적에 민감하다. 장기적 시각에서 지켜볼 여유가 없다. 실적 부진은 ‘중단’ 또는 ‘철수’로 이어진다. 어렵게 개척한 해외시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없지는 않다. 현지 상황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찾는 방법이 하나일 것이다. 한 중소기업 지사장은 “경기가 어려워도 틈새시장이 있듯이, 최근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현지 시장에 대해 좀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OTRA를 포함 우리 정부가 나설 부분이다.

 극한 상황에 처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말이 있다. ‘위기는 기회’라는 얘기도 떠오른다. 중소기업인들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힘을 실어줄 때다.

마닐라(필리핀)=김준배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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