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서치] 품질은 기업경쟁력의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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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질은 상품 선택과 사용, 재구매 등 전체 소비 사이클을 관통하는 키워드이자 마케팅 전략의 근간이다.’

 상품 개발과 소비에서 품질이 갖는 의미와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과 같이 정보가 폭주하고 소비자 기호가 까다로워지는 상황에서는 특히 더하다. 기업의 주권이 소비자에게 이양된 시대, ‘고객만족’의 관건은 바로 ‘품질’이기 때문이다.

 ◇품질은 고객만족의 첩경=기업마다 캐치프레이즈가 ‘고객만족’이다. 소비자 주권 시대, 소비자의 요구를 바로 알고 이들에게 ‘충성’을 다할 때 고객도 기업의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 요구가 복잡, 다양해지면서 이들에게 신뢰를 주고, 만족을 주는 것은 여간 힘들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품질은 고객만족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답이 될 수 있다.

 카노 노리아키 교수의 카노 모델(Kano Model)에 따르면 품질에 따라 소비자 만족 수준이 달라진다. 어떤 품질요소는 반드시 충족해야만 소비자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지만, 어떤 부분은 충족되지 않더라도 소비자 불만이 크지 않다. 흔히 제품의 문제점이나 결함·하자 등이 전자에, 디자인·기능들은 후자에 포함된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의 요구 수준과 비교해 자신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 품질이 어느 수준인지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대응하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기업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도 품질은 반드시 갖춰져야 할 항목이다. 특히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업의 경쟁 상대는 전 세계 모든 기업으로 확대됐다. 고객 역시 세계 도처에 산재해 있다.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분명한 것은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으로는 어디서도 명함을 들이밀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뛰어난 품질, 고부가가치로 무장한 경쟁력 있는 제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도요타가 오래 전부터 ‘품질 중시 사상과 실천’을 통해 품질경영의 선봉장에 서 있었다는 것은 반추해 볼 대목이다.

 ◇‘체험품질의 전형’ 마련=K리서치가 적용할 품질 측정지표는 소비자 체험품질을 기초로 한다. 기존 체감품질은 소비자 기호나 브랜드 이미지 등 주관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것과 달리, 소비자 체험품질은 객관적이고 사실적이어서 명확한 품질 지표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추세를 보더라도 체험품질이 소비자 지각 품질조사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K리서치가 지난달 실시한 ‘이동통신 기획조사’는 소비자 체험품질 평가의 대표적인 사례다. K리서치는 휴대폰을 사용하며 겪을 수 있는 문제점·결함·하자·고장 등을 12개 영역 141개 항목으로 구분한 다음, 일반 소비자 2만4686명이 직접 체험한 초기품질의 문제점을 지수(PPH)로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본지 5월 22일자 1·4·5면 참조

 조사 결과, 국내 시장에 유통 중인 6개 휴대폰 제품 가운데 ‘싸이언(LG전자)’이 PPH 434점을 얻어 품질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싸이언의 뒤를 이어 에버(KTFT), 모토로라, 애니콜(삼성전자), 큐리텔(팬택앤큐리텔), 스카이(팬택) 순으로 소비자 평가가 매겨졌다. 이는 1만명이 넘는 대규모 표본을 기반으로 소비자가 직접 체험한 품질(experienced quailty)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1세기는 품질의 시대=품질이 제품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글로벌 리서치기관인 J D 파워가 2006년에 실시한 자동차 매력품질(APEAL)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품성이 우수한 차량은 대당 이익이 월등히 높고 회전기간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APEAL이 800점 이상(1000점 만점)인 차량은 회전기간 28일, 대당 판매 총이익이 1974달러였으나 750점 미만 차량은 각각 39일, 917달러로 차이가 컸다. 또 소비자가 경험한 자동차 초기품질 문제점 수가 클수록 소비자 만족도와 추천의향률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품질혁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업이 전사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기술자, 관리자, 경영자 나름의 역할에 맞게 품질혁신에 참여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태규 한남대 교수는 “품질경영에서 CEO의 리더십이란 하부 구성원 전체가 품질혁신에 동참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 식스시그마와 같이 우리 고유 기업환경에 맞는 품질기법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품질에 관한 최고 석학으로 알려져 있는 주란의 ‘21세기는 품질의 시대다’는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품질은 기업 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역량이 되고 있다.

  미래기술연구센터(ETRC) 조사연구팀 etrc@etnews.co.kr

◆ K리서치 품질평가는

 K리서치가 진행할 품질평가는 구체적으로 TGW(Things Gone Wrong), TGR(Things Gone Right), QSI(Quality Stress Index)의 세 가지 측정지표를 사용하게 된다. TGW가 문제·결함·하자 경험률을 측정하는 것이라면 TGR는 매력품질 점수와 차원(기능·성능·디자인 등)별 평가 및 중요도를, 그리고 QSI는 스트레스 상황 경험률을 지칭한다.

 TGW는 카노 모델(카노 모리아키 교수의 상품기획이론)의 당연품질요소(must-be quality elemetnt)에, TGR는 매력적 품질요소(attractive quality)에 해당해 ‘소비자의 목소리’와 ‘품질 수준’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K리서치는 △IT 제품 △IT 기반 서비스 △IT 관련 기업/기관 웹사이트 △IT 관련 공공기관 대국민 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구분해 품질을 평가, 발표할 예정이다. IT 제품은 휴대폰 단말기·노트북PC·데스크톱PC·디지털카메라·프린터·TV·MP3플레이어·승용차·내비게이션·셋톱박스 등 IT 전반을 망라하게 된다. 또 쇼핑몰·TV홈쇼핑·검색/포털사이트·통신·초고속 인터넷 외에 은행·생명보험·자동차보험·신용카드·증권 등 금융 서비스를 IT 기반 서비스에 포함해 소비자 체험이 실제 품질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분석해 볼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B2C에서 B2B 영역으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조사 대상 지역도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및 동남아 등 전 세계 국가로 확대한다. 특히 K리서치는 품질평가 대상을 미리 공고하는 ‘사전 예고제’를 도입, 기업 및 소비자 의견을 충실히 반영할 예정이다.

 지난 5월 ‘이동통신 대기획조사’를 통해 휴대폰 단말기 품질평가를 실시한 K리서치는 다음달에는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초고속 통신·인터넷전화·인터넷TV(IPTV) 등 IT 시장의 최근 핫이슈이자, 품질에 민감한 아이템들이 포함돼 있어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뷰> 김태규 한남대 정보통계학과 교수

 “우리나라 IT 경쟁력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일본·미국·유럽·대만 등 쟁쟁한 경쟁국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죠. 핵심은 품질입니다. 품질이 아주 월등히 뛰어나지 않다면 이들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없습니다.”

 차기 한국품질경영학회장(2010∼2011년)이기도 한 김태규 한남대 정보통계학과 교수(53)에게 ‘품질’은 바로 ‘기업 경쟁력’으로 통한다. 특히 IT 인프라의 품질은 사회 전반에까지 파장을 미친다. 정보를 주고받는 IT기기의 특성상, 품질이 탄탄하지 않으면 정보가 단절되고 사회 전반의 유통 체계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품질 의식도 향상되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카노 모델에 비춰 품질 단계를 구분하면 상당수 기업이 기본 단계인 당연품질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품질 관리 수준은 높은 편이지만,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의 품질 수준은 훨씬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품질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얘기죠.”

 따라서 품질 향상을 위해서는 전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충고다. 그는 “품질경영은 특정 부서, 특정 계층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구성원의 참여가 관건”이라며 “하부 구성원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CEO에게 필요한 품질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본으로 돌아가는’ 자세도 강조했다. 품질은 단시일에 개선되는 것도 아니고,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서 끝나지 않으며 밖으로 표나지 않는 품질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작고 사소하고 째째한 것의 완벽한 정도”라는 말로 품질을 규정하며 “작고 사소한 것에 충실한 일본을 거울삼아 우리도 품질의식을 점검하고 꾸준히 함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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