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홍릉 KDI에서 열린 ‘국가재정 R&D 분야 공개토론회’에서 이창한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정책관은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 혁신과 맞물려 기술료 징수 체계도 개선해야 한다”면서 “사업화 후 매출의 일정 비율을 기술료로 내도록 하는 것이 국가 R&D 전반의 사업화 비율을 높이고,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정부 R&D 성과물의 기술료 기준을 출연금(출연금 정률)에서 매출액(매출 정률)으로 전환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기술료는 정부 지원을 받은 R&D가 성공했을 때 이의 대가로 개발비 일부를 돌려주는 것인데, 이 기준이 출연금이 아닌 매출로 바뀌게 되면 국가 R&D 구조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돼 주목된다.
최근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조사에서 14%만의 기업이 출연금 정률에 긍정적으로 답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그동안 업계는 “기술의 시장 가치를 반영한 합리적 금액 산정이 필요하다”며 출연금보다 매출액 정률제를 요구해왔다. 이는 출연금 정률제에 따르면 기술의 사업화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기술료가 책정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매출 정률제는 정부 R&D 결과물을 가져다 쓸 때 기술료를 내지 않고, 대신 그 기술이 매출로 연결됐을 때만 기술료를 내기 때문에 기술 상용화를 촉진할 수 있다. 기업 측에서는 초기 기술료 부담 없이 정부의 고급 R&D 성과물을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매출 정률제는 해당 기술이 상용화돼 매출이 발생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고 또 매출이 발생했을 때에만 기술료를 내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 기술 패권주의를 맞아 세계 각국이 고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은 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우리나라의 기술경쟁력이 전년보다 8단계나 하락한 세계 14위라고 밝혔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인 기술 무역수지도 적자 상태다. 실제로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기술 무역수지 적자는 30억달러 정도로 2002년 이후 매년 늘고 있다.
출범한 지 불과 4개월밖에 되지 않지만 그동안 정부는 우리의 과학기술 역량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선안을 발표했다. 국가 R&D사업 체제를 연구자 친화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56개 단위 사업을 36개로 통폐합하기로 했으며 최근에는 중간 평가를 실시해 정부 R&D 과제의 20%를 강제 탈락시키겠다는 획기적 방안도 내놓았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 R&D 기술료 산정 방식은 더욱 효율적이고 투명한 기술료 관리를 위한 것이다. 기업친화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새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산정 및 관리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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