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특별기자회견에서 ‘공기업 선진화’라는 말을 처음으로 썼다.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이나, 지난 5월 초 시도지사 간담회 등에서 ‘공기업 민영화’를 수시로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영화’와 ‘선진화’라는 단어를 명확히 구분했다. ‘민영화’를 대체하는 말처럼 사용했지만 그 속에는 ‘개혁·혁신·재편·구조조정·일류화·민영화’ 등 다양한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발표문에서 “공기업 선진화, 규제개혁, 교육제도 개선 등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일들은 철저히 준비해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며 ‘공기업 선진화’를 처음 언급했다. 이에 기자가 공기업 민영화 일정을 질문하자 이 대통령은 “공기업 민영화는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 공기업 선진화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며 의미가 다름을 상기시켰다. 그는 “공기업은 정부가 직접 소유하면서 경영을 선진화시킨 곳도 있다”면서 ‘소유자가 민간이냐, 정부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경영혁신을 잘 이뤄냈느냐’가 평가 기준임을 암시했다.
이 대통령은 ‘민영화=선진화’가 아니라 ‘선진화>민영화’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 개념에 따르면 이날 대통령이 언급한 ‘전기·가스·수도·의료보험’은 민영화 대상은 아니지만 선진화 대상은 될 수 있다. 공기업 선진화라는 개념이 기업 지배구조를 민간에 넘기는 민영화가 아니라 공기업 경영을 흑자로 전환하고 투명하게 만들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기업들은 민영화 대상이 아니더라도 경영혁신, 지배구조 조정, 수익 창출을 이뤄내는 변화를 꾀하는 선진화 대상이 된다. 이 대통령이 “민영화해서 가격이 오른다면 그것은 민영화 대상이 아니다”며 전기·가스·수도·의료보험 등 4개 부문에 면죄부를 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민간 매각만 없을 뿐 뼈를 깎는 경영혁신 및 구조조정 작업이 기다리고 있음을 뜻한다.
선진화 대상으로 꼽힌 ‘독점적이며 지나치게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는 상당수의 공기업’ 사정은 더 어렵다. 이들 공기업은 경영혁신은 물론이고 민간이양까지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9월 정기국회까지 민간 이양이냐(민영화),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선진화)이냐를 놓고 공기업 내부에 한바탕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룡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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